2020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송병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5년 후에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어떤 산업이 경제를 이끌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2005∼2006년 두 해에 걸쳐 ‘한국산업 발전비전 2020’이라는 야심찬 제목의 작업을 주도해온 송병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강연 내내 대한민국의 2020년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효자산업’과 ‘유망산업’을 찾기 위해 우리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역설하고 또 역설했다.
“한국산업 발전비전을 제대로 세우려면 우선 국내외 산업의 환경과 변화를 조망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친디아(Chindia; China와 India의 합성어)까지도 이미 각국별로 2020 발전비전을 세웠다. 그들이 진단하고 처방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앞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15대 메가트렌드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 봤다. 이러한 기초작업에 기반해서 2020년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는 유망산업군을 크게 14개 분야로 나누어 선정해 봤다. 유망산업은 성장성, 경제성, 공공성 등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했다.”
GDP 5만 달러 복지국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 세계 7위 무역 대국, 주력산업 수출 세계 4위…. 송 연구위원이 꿈꾸는 한국산업 발전비전의 상(像)이다. 물론 이러한 엄청난 비전 제시에 ‘황당하다’며 이의를 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매일 아침 경제 비관론 유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보수 언론에겐 더욱 그러할 것 같다.
“그러나 20세기가 낳은 신비의 문인으로 불리는 제임스 알렌이 언급한 대로, ‘세상은 꿈꾸는 자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나아가 ‘현대인의 가장 큰 질병은 비관론’이라는 누군가의 아픈 지적도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산업발전의 여건을 형성하는 근본적 조류’라고 할 수 있는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국산업의 성장잠재력에 가장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대 메가 트렌드로는 우선 △디지털&네트워크 기술의 성숙 △IT&BT&NT&신소재기술의 융합 △남북한 경제협력 및 통합의 전망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가 있다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고, 도리어 그것을 빨리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송 연구위원은 3대 네거티브 트렌드로 △인구구조의 고령화 △환경과 천연자원 문제의 심화 △표준과 지적재산권 등 기술패권주의를 꼽았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래의 메가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것이 주요 산업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철저하게 대응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예컨대 전문가들이 가장 충격적이고 비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보자. 이 현상은 당연히 인구증가율 둔화로 이어질 것이고, 전반적인 수요감소로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면, 고령화와 연결되는 의료기기와 서비스, 식음료, 금융과 보험, 주택과 부동산 분야의 활성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치채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사물과 사안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진리가 바로 그것이다. 15대 메가 트렌드 중의 또 하나인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합 전망만 해도 그렇다. 과학기술계는 부정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인문학계는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리는 단순하고 명쾌한 법이다. 남북경협이 섬유, 가전, 전자, 전기, 기계, 건설, 물류 등의 분야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사실과, 그 큰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골목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할 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성장성, 경제성, 공공성을 기준으로 유망산업을 선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유망산업의 선정은 기존의 산업구조 혹은 제품구조가 어느 시점에서 한계성에 도달하게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과감한 투자 등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송병준 연구위원은 14개 유망산업군으로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신약&장기,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개념 컴퓨터, 차세대 자동차, 콘텐츠 산업, 의료서비스, 차세대 에너지, 로봇, 첨단화학소재, 첨단항공&해양운송기기, 초정밀기기부품, 첨단기계설비&시스템을 제시했다. ’21세기 10만양병론’에 축복이 있기를!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송병준 연구위원의 이력서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미 뉴욕주립대 빙엄턴교 경제학 석사
▲ 미 뉴욕주립대 빙엄턴교 경제학 박사
▲ 산업연구원 자본재산업실장, 산업인력연구팀장
▲ 미 존스홉킨스대학교 방문교수
▲ 재정경제부 평가위원
▲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전문위원
▲ 기계공업정보조사위원회 위원장
▲ 노동부 고용정책전문위원
저서: 주요산업의 장기전망(공저), 중소기업인력지원확대방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