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기념관에서 비둘기가 사라진 비결
차주현 식스시그마경영연구소 대표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1백만개 생산한다고 할 때 에러, 결함, 불량 등에 해당하는 제품이 3.4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차주현 식스시그마경영연구소 대표이사는 강연 서두에 이런 물음을 던졌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에러, 결함, 불량이 제로(zero) 수준에 도달하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神)의 경지(境地)’에 이르지 못한 인간계(人間界)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러, 결함, 불량이 1백만개 중 3.4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품질 관리가 거의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표준 편차나 분산을 거론할 때 사용하던 통계학 용어인 ‘식스 시그마(Six sigma)’는 바로 그런 단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시에 그것은 양품률(良品率)이 99.9997%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학 용어에서 경영학 용어로 변신한 식스 시그마는 1980년대 말 미국의 모토롤라에서 품질혁신 차원의 운동으로 가장 먼저 실시된 이후 GE, IBM, 소니 등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로 번져나갔다. 특히 GE의 잭 웰치 회장이 21세기형 경영혁신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 식스 시그마 도입에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식스 시그마가 도입된 후 5년 동안 GE는 21억 달러의 비용을 투입하였지만, 나중에 이 제도가 정착된 후에는 그 세배가 넘는 69억 달러의 수익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한번 생각해 보라. 보통 기업의 수준이자 양품률 93.3%인 쓰리 시그마와 초일류 기업의 수준이자 양품률 99.9997%인 식스 시그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간격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쓰리 시그마 수준의 사회에서는 통계적으로 시간당 2만개의 우편물이 분실되고, 주당 5천건의 잘못된 외과수술이 집도되며, 매년 약국에서 20만건의 잘못된 처방이 내려지며, 매일 두 차례씩 비행기 이착륙이 지연되며, 매달 7시간씩 정전사태가 일어난다. 반면에 식스 시그마 사회에서는 우편물 분실 건수가 시간당 7개로 줄어들고, 잘못된 외과수술과 약국 처방은 각각 주당 1.7건과 매년 68건으로 현저하게 감소하며, 공항에서 발생하는 비행기 이착륙 지연사태는 5년마다 한번씩으로 그치며, 정전사태는 34년 동안 고작 1시간밖에 발생하지 않게 된다.”
1996년 10월 국내 최초로 식스 시그마를 도입했던 손욱 삼성SDI 상담역(사장)이 했던 말이다. 잭 웰치 회장이 “식스 시그마는 GE그룹 역사상 가장 도전적이고 중요한 학습 기반의 이니셔티브였다”고 고백한 근거는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차주현 대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에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기념관 벽의 외관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해지자 기념관장은 매니저를 불러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기념관 외벽에 묻어 있는 비둘기 똥을 제거하기 위해 독성이 강한 세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며칠 후 보고됐다. 당장 비둘기가 많이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 관광객으로 하여금 모이주기를 못하게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비둘기는 계속 날아들었다.”
다시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기념관 천장에 서식하는 거미가 비둘기를 불러들이는 진짜 주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거미를 박멸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밤마다 숲에서 떼를 지어 날아오는 나방이 거미의 왕성한 서식을 가능케 하고 있는 숙주임을 알아낸 것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나방이 몰려오는 한 그것을 먹이로 삼고 있는 거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거미를 먹이로 삼고 있는 비둘기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나방은 왜 날아오는 것일까. 기념관에서 발생하는 대낮처럼 밝은 빛이 그 원인이었다. 더욱이 기념관은 주변 건물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조명을 켜고 있었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조명 점등 시간을 주변 건물보다 1시간 뒤로 미뤘다. 모든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됐다.”
그렇다. 이 일화는 문제의 원인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쓸데없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식스 시그마가 품질향상과 고객만족을 동시에 성취하는 뛰어난 사업전략이자 업무와 생활에 임하는 생각과 태도를 바꾸게 하는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차주현 대표의 이력서
▲ 미 웨스턴 일리노이대 산업기술 석사
▲ Motorola 코리아 BB
▲ Motorola대학 6시그마 강사
▲ 한국시그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삼성, LG, GS, KT, 포스코 외 교육컨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