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제너럴일렉트릭(GE)은 왜 변화를 모색하게 됐고,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 왔는가. 잭 웰치 회장과 함께 GE의 경영혁명을 주도 해 온 GE의 최고학습경영자(CLO:CHIEF LEARNING OFFICER) 스티븐 커 박사는 최근 인간개발연구원 초청세미나에서 GE의 변화모델은 물 론 부서간 지식과 정보공유를 원활히 하기 위한 기법, 리더십 교육방 법 등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임원진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 하고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며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화가속화 프로세스(CAP) 모델 잭 웰치 회장은 5년전 수석임원들에게 미래를 예상할 수 없으며 따라 서 조직이 그때그때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기체적인 조직 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2년 교수로 근무하고 있던 본인은 `GE가 어떻게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의뢰를 받았다. 그 결과 `캡(CAP:C HANGE ACCELERATION PROCESS)’이라는 모델이 탄생했다.
이 모델의 목적은 GE의 직원들이 모르는 사실을 새로 배우도록 하 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 변화의 과정을 안전하게 이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변화가속화 프로세스는 매우 간단하다. 조직의 상부부터 변화의 필요 성을 인식하도록 하면 된다. 따라서 웰치 회장은 이 모델이 처음 선보 였을 때 1100명의 임원들을 7일간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렇게 GE의 임직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되면 다음 단계 인 비전의 세우는 작업으로 옮겨간다. 이 과정은 변화의 필요성에 대 한 인식이 각자의 역할이나 지위 등에 따라 구체화되는 것을 의미한 다.
기업들은 시작은 잘 하지만 변화를 꾸준히 지속시키는데 어려움을 느 낀다. 따라서 조직의 임원들이 변화가속화 프로세스 모델을 통해 변화 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GE는 내부와 외부의 각각 100개 팀에게 이 모델을 활용해본 결과, 제도와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런 변화를 지원하는 제도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측정과 보상체계이다. 기업이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측정하고 보상하지 못하면 변화는 실패로 돌아 간다.
●911로 전화를 걸어라 GE에서 지식공유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911전화’이다. 본인은 GE의 CLO이기 때문에 911전화를 받는 입장이며 크로톤빌은 GE내에서 시청이나 소방서의 역할을 한다 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월요일 GE내 사업부 중에서 어떤 한 부서가 제일 영업 을 잘하고 있다는 전화가 크로톤빌에 걸려오면 우리는 직접 사실여부 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그리고 전화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GE의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발표한다.
이처럼 GE의 각 사업부마다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크로톤빌은 직접 또는 연구실이나 감사실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공표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쪽에서 자신들만이 최고의 지식을 지니고 있다고 자 랑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톤빌에서 그것이 최고의 지식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또 크로톤빌이 그 모델을 일반화시켜 다른 부서로 전파시켜 주기 때 문에 귀찮아지는 일도 없어지게 되고 연수비용을 각 부서에서 지출할 필요도 없어진다.
만약 회사 안에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6∼9개월간 시험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굳이 크로톤빌처럼 할 필요도, 컨설턴트를 별 도로 고용할 필요도 없다.
오늘 당장 똑똑한 젊은 사원을 CLO로 임명하고 전 직원에게 이 젊 은이의 전화번호를 공표하면 된다. 이런 시험장치를 통해 지식공유의 장애물이 차츰 없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지식공유에 적극 나서라 `911전화’의 한계가 있다면 조직이 수동적일 경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GE가 만든 것이 바로 `퀄리티 매트릭스(QUALITY MATRIX)’이다.
`911전화’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다른 사람이 정하지만, `퀄리티 매트 릭스’는 조직의 구성원이 어떤 베스트 프랙티스가 확산되기를 원하는 지를 정한다.
그것이 6시그마든, 리엔지니어링이든, E_비즈니스이든 관계없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확산시키고 전해줄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필요하 다고 여기는 것을 정해서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매트릭스의 왼쪽 빈칸에는 어느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되기 원하는 지식을 적는다. 또 맨 위쪽 빈칸에는 각 사업부서의 이름을 기 입한다. 물론 회사에 따라 기능별로 기입할 수도 있고 해외지사라든가 지리적 위치별로도 기입할 수 있다.
그 다음엔 매트리스의 가운데 빈칸에 잘 안될 경우 1점, 노력이 진행 중이면 2점, 잘 하고 있고 자신있을 경우 3점, 베스트 프랙티스일 경우 4점을 준다. 또 작성된 매트릭스는 CLO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CLO는 각 부서에서 받은 매트릭스를 벽에다 전시한다. 이 매트릭스는 점수가 낮을 경우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쉽 다.
그러나 점수가 높은 부서에서 낮은 부서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객관적 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인정, 즉 5점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 작업을 하는데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할 필요도 없다.
GE는 현재 이들 2가지 방법 중 앞의 `911전화’가 수동적이란 문제 점을 능동적인 `매트릭스’ 방식을 통해 보완해 나가고 있다. GE는 또 크로톤빌에서 정보공유회의를 열고 있는데 GE내에서 5점을 받은 부 서를 초청해 강연을 실시한다.
물론 청중은 1,2점을 받은 부서사람들이다. 또 1,2점을 받은 부서사람 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5점을 받았을 경우 그 분야에서 1,2점을 받은 부서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각 부서들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한다.
[] 패널토의 “훔친 아이디어도 보상한다”
[강형구] △허운나(한양대 교수)= 퀄리티 매트릭스에 따라 5점을 받 은 부서에서 1점을 받은 부서에 교육하는 것이 개별기업 차원인가, 또 워크아웃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스티븐 커 박사는 GE에서 보상체 계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베스트 프랙티스를 지닌 사람들에게 어떤 보 상을 하는가.
_스티븐 커= GE내에서 퀄리티 매트릭스를 사용해서 교육하는데 매 트릭스의 윗줄과 왼쪽은 크로톤빌에서 담당하며 나머지 부분은 각 회 사차원에서 크로톤빌에 외주를 줘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워크아웃 교육은 다른 GE내의 변화교육과 마찬가지로 세가지 부분 으로 진행된다. 맨처음 교육은 크로톤빌에서 실시하는데, 이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두번째 단계 교육은 크로톤빌에서의 교육이 실시된지 1년후에 진행되 는데 각 기업의 교육을 담당할 강사를 크로톤빌에서 교육하게 된다.
세번째 단계는 각 회사차원에서 자체 교육을 통해 확산시키는 것. 인 사고과 또는 평가체계의 골든 룰은 `일잘하는 사람에게 절대 상처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결국은 이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떠맡고 있고 이 사람들은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다치게 하면 이들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 다. 그래서 측정을 잘해야 한다. 측정을 통해 누가 일을 잘하는지 파악 해야 적절한 보상도 가능하다.
△이진주(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한국은 강력한 리더십을 권위주의에서 찾고 있을 정도로 리더십에 혼동을 느끼고 있다. GE는 웰치회장이 강한 리더이면서 권위적이지 않다. 한국의 리더들은 어떻 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가.
_스티븐 커=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을 한다. GE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폼드 초이스(INFORMED CHOICE)’라는 것을 활용한 다.
GE에서는 변화를 초기에 도입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강요를 한다. 그래서 교육단게에서도 잭 웰치회장이 캡(CAP) 교육을 임원 1100명에게 받도록 하고 직원들도 그린벨트 트레이닝_직업유지에 필수 적인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한다.
그러나 두번째 단계에서는 권위적인 방식을 벗어나 강사를 양성해 교 육을 실시하면서 각 회사에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차동세(LG 인화원장)= 정보나 지식공유를 잘하도록 어떻게 보상 하는가. 지식은 문서나 데이터베이스로 있을 수 있고 사람에게 귀속돼 있을 수 있다. 사람에 귀속돼 있는 지식을 잘 공유할 때 사람에게 보 상하는가, 아니면 조직에 보상하는가.
_스티븐 커= GE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으로 보상받지 않는다. GE에서 보상받는 부분은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훔치 는데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만 했지 공유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 해가 나는 위험한 일로 간주한다.
GE에서는 이런 공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예컨대 공유하 지 못하면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한다. 회사공금을 개인구좌로 옮 겨쓰면 감사에서 지적받듯이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지 못하면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차원에서 유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아 이디어는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GE의 문화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돈을 혼자 갖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회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칭찬한다. 그러나 보상방식은 돈으로 환산하지는 않고 GE에서의 경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한다.
따라서 GE 임원들은 “우리 회사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 잭 웰치 회장이 알기 전에 빨리 와서 봐달라”고 크로톤빌에 긴급전화를 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