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 – 그가 행복한 이유
우연히 만난 중학교 선배. 그 선배로부터 희안한 교회 이야기를 듣게 된다. 10년이 다 되도록 감자탕 건물에 세 들어 사는 교회. 교회 간판보다 감자탕 집 간판이 더 으리으리하여 교회 이름인 광염(光鹽)보다 감자탕 교회로 불리우는 교회. 교인수가 900여 명이 넘지만 아직도 교회 건물을 지을 생각은 않고 선교며 구제비로 재정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교회. 그리고 건물보다 사람을 키우고자 하는 담임목사님 얘기 등등. 양병무(48) 원장은 그 선배와 같이한 두 시간 내내 일방적으로 교회며 담임목사 자랑을 듣는 고문(?)에 시달린다.
썬데이 크리스천 탈출기
양 원장은 <명예퇴직을 준비하라>, <디지털시대의 리더십> 등의 저서를 출간한 경제학 박사다. 저서뿐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 주임 연구원, 미국 이스트웨스트센터 연구위원, 한국경제인총연합회(이하 경총) 산하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을 거치면서 경제계에서는 알아주는 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그가 교회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 화제다. 경제전문가로서의 인지도에다 김영사라는 일반출판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에서 출판을 했으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그가 딱딱한 경제학이 아닌 교회의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데는 다 사연이 있다.
광염교회라고 했던가. 궁금하던 차에 홈페이지에 먼저 들러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정보 공유. 그런 면에서 광염교회는 그의 관심을 끌었다. 광염교회는 오래 전부터 홈페이지를 활성화시켰기에 많은 자료가 축적되어 있었던 것. 게다가 담임인 조현삼 목사의 목회철학은 교회 건물보다 사람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교회 재정의 집행을 100%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로 그가 생각해왔던 디지털 시대 리더십의 요건이었던 것이다. 20여 년 동안 썬데이 크리스천을 자처하던 양 원장은 작년 1월 광염교회의 교인으로 등록한다.
정식 등록 후 담임 조현삼 목사와 교회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광염교회 평전을 쓰고 싶다는 양 원장의 의견을 존중하여 홈페이지에 <감자탕교회 이야기>방을 만들어 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단 믿고 맡기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게 조 목사의 스타일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예배당이 겨우 70여 평이라 좁습니다. 빽빽이 앉아도 300여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5부로 나눠 예배를 드리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교인들과 대화도 가능하고 목사님의 동정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홈페이지의 글을 읽고 교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북받쳐오는 감동에 눈물을 흘린 적인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매주 새벽마다 두 편씩의 글을 올리면서도 힘들다기 보다는 재미있었다. 책은 그 동안 홈페이지에 올라있던 글을 모으고 골라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머리로만 믿던 신앙이 가슴으로 느껴지며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주일뿐 아니라 수요일 저녁예배는 물론이고 주일 오후 2시에 있는 등산 전도대와도 동행한다. 나의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이다. 그 이전에는 누가 묻지 않는한 굳이 교회에 다닌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영사와 교보문고가 주최한 <감자탕교회 이야기> 사인회.
사람이 곧 자산
양 원장은 지난 13년 동안 28권의 책을 냈다. 어떤 사람은 일 년에 한 권 읽기도 버겁다는 책을 일 년에 두 권 이상 꾸준히 집필해 온 저력은 뭘까.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며 글 읽는 시간과 구상하는 시간을 번다는 그는 연구소에 있다 보니 글 쓰는 게 생활화돼 있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여건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한 결과라는 것은 그를 만나본 사람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양 원장은 그 동안 낸 여러 권의 책 덕분에 저자로 유명하지만 노사관계나, 임금분야에 대한 전문가로, 한국에 최초로 능력위주의 연봉제를 소개하고 정착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98년 중앙일보에 <양병무의 탈출 고실업시대>란 칼럼을 연재하던 중 소재의 빈곤을 느껴 경영자와 실업자 노숙자까지 직접 만나러 다녔다. 발로 뛴 결과 인사나 임금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리더십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그가 작년 경총이라는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한국인간개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일하는 인간개발연구원은 기업과 사람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연구하고 교육시키는 전문 기관이다.
“예수님은 제자(사람)를 키웠고 가난하고 헐벗은 자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요구
되는 수평적인 리더십의 좋은 본이 아닐까 합니다. 경제패턴과 교회패턴은 비슷한데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양적으로 많이 성장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질적 성장으로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게 됩니다.”
양 원장은 그가 지향하는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의 모델을 광염교회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해피양 닷컴
“저는 공돌이 공순이란 말을 안 합니다. 제 형들이 동생들이 공장에 다녔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또 제가 성장해온 아날로그 세대와 앞으로의 디지털 세대의 교량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게 하나님이 제게 주신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는 시골 출신이다. 스스로 촌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감사하단다. 시골 생활과 도시생활을 동시에 경험해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나. 6남 1녀 중 셋째인 그는 형들의 희생으로 공부해왔듯이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강북 조그만 주공 아파트에 산다. 그러나 강북에 살면서 강남에 출근하니 그도 감사하단다.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를 다 이해할 수 있다나. 수락산 자락에 사니까 가까운 광염교회도 자주 나가게 되고 자신의 작은 신앙으로 해낼 수 없었던 문서선교도 조 목사와 콤비로 이루어 내게 하시니 감사하단다.
“강남이냐 강북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살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나가야 희망이 있는 겁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이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게 전도와 구제입니다. 전도와 구제라는 양대 의무가 없다면 교회는 친목 단체와 다를 게 없을 겁니다. 전도는 하나님께 받은 구원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동참을 권유하는 것이고, 구제는 이웃이 고난 받고 있을 때 사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실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한테 조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하나님만 바라보면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는 경제를 이끄는 리더들에게도 지식의 사회 환원과 부의 사회 환원을 외치고 있다.
앞으로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로 살고 싶다는 양 원장. 그래서 그의 홈페이지 이름도 ‘해피양’이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의 거리를 메우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 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해피양 http://happyyang.com
광염교회 http://sls.or.kr
이연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