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인물] 2003년 11월 07일 (금) 12:48
(::내일 5번째 발표회 갖는 ‘가객’ 한자이씨::) “그 나라 정치를 알려거든 그 나라 음악을 들어보라는 말이 있 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은 가사 전달 방식이 직선적이고 템포도 빨라 아이들의 성정도 매사에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해지 는 것 같습니다. 옛 선비들이 즐겨 불렀던 전통성악 정가(正歌) 는 매우 느리지만 은근한 맛이 있지요.
여고생들에게 정가를 가르쳐보니 의외로 ‘품격이 다르다’며 배 우려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청소년에게 참을성과 절제미,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게 하는데 이처럼 느린 정가를 들려주고 가르치 는 것도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전통성악계의 독보적인 가객으로 정가 보급에 힘써온 한자이(51 ·대전무형문화재 14호·사진)씨가 오는 8일 경복궁내 국립민속 박물관에서 5번째 정가발표회를 갖는다. 일반인에게 낯선 정가는 고유의 시조시를 얹어 부르는, 우리나라 3대 음악 중 하나로, 가곡·가사·시조 3가지로 나뉜다. 평생 한번도 하기 힘든 정가 발표회를 올해로 5번째나 하게 된 것은 국악계에서 드문 일.
특히 올해는 한씨의 문하생과 가곡·시조 명창들 외에 한씨로부 터 틈틈이 정가 수업을 받아온 각계 명사들도 구성된 정가 동호 인들이 출연, 정가를 합창하는 특별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문용 린서울대교수, 오희필 전 대전대총장,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이 사장, 김혜경 푸른숲출판사 대표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청산 은 ?渚紵臼?만고에 푸르르며…’로 시작되는 퇴계의 연시조 ‘도산 육곡지이(陶山六曲之二)’ 중 5번째 평시조를 부른다.
“5년전 첫 정가 발표회를 할때만 해도 정가를 지루하고 고색창 연한 노래쯤으로 여기는 관객들이 대부분이라 솔직히 외로웠습니 다. 지금은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아마추어 동호회원만도 70여명 으로 한결 마음이 편안합니다.” 한씨는 “판소리나 민요는 흥이 밖으로 드러나지만, 정가는 흥미 본위가 아니라 보급이 덜돼 있다”며 “옛 선비들이 심신수양과 덕을 쌓기 위해 부른 격조높은 음악이라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감성, 정한이 깊숙이 배어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가곡의 명인 김월하선생과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중요무형문화재 03호 김경??경북대교수에게 사사했다.
/ 정충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