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씨, ‘2007 대선정국 전망’ 강연서 유권자의 바른선택 강조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수도 없이 분석하고 예측했지만 단 한번도 맞힌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가 생물이고,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어느 후보의 지지율 몇 퍼센트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며, 기사를 쓰는 기자는 국회의원 몇 사람 말이나 당 연구실 문건에 의존할 게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마음을 읽으면서 취재를 해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18일 아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원장 장만기)이 주최한 조찬 연구회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문창극(文昌克) 중앙일보 주필은 ‘한국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 2007 대선정국을 중심으로’ 주제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고 현재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지지도가 열린우리당 등 몇 몇 거론되는 주자들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고건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올인 하고 있는 개헌 변수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속단을 경계했다.
문 주필은 이 날 자신이 정치부 기자출신임을 대변이라도 하듯 ‘정치는 생물’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만큼 언제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여론 동향에 휘둘릴게 아니라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을 갖고 주체적으로 후보를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주필은 “정치가, 특히 강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오만에 빠져 자신의 말 한마디에 국민이 그대로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정치 공학적 독선에 빠진다”며 “대통령의 개헌 발상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게 하면 바로 따라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상계획을 짜 마치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비유했다.
그는 그 예로 “서귀포 앞 바다에서도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를 알게 되는데, 5대양 6대주의 태평양이나 대서양은 어떻겠느냐”면서 “4천 8백만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국민이 있는데 소수 정치인(그는 여기서 엘리트라는 표현을 함) 몇 명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민심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최근의 개헌론은 국민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주필은 정치는 생물인 만큼 언제나 변화하기 마련이라며 대선을 정치 공학적 차원의 상황만으로 파악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해 ‘나’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정국(政局)을 맞아 여론의 최대관심사인 대선 후보들에 대해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바뀌고 누구의 지지율이 어떻고 하는데만 관심이 있는데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년 내내 1, 2등 하는 말 들어봐야 아무 의미 없다. 결정적 시기에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고 그것이 선거인만큼 나를 중심으로 보고 내가 중심이 되면 상황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해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의식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문 주필은 대선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신문을 보지 말라’ 는 특이한 주문을 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할 수 있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선택하라는 말이었다. 즉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는 마음을 품고 내 안에 있는 대통령상을 두고 정국(政局)을 바라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고건 전 국무총리의 정계 퇴장 선언과 관련해 “개헌과 맞물려 앞으로도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하나의 밀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여당의 가장 큰 축으로서 고건씨의 퇴장은 당장 여당에 인물이 없어짐으로서 한나라당에 쌍둥이 빌딩(이명박, 박근혜 지칭)이 있다면 여당은 제로상태로 현 상황에서는 선거가 끝난 것이라 다름없다”고도 했다.
문 주필은 노 대통령의 개헌론과 관련해서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30이 넘은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돼 경제가 엉망인데 민심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왜 개헌을 제안했겠느냐”며 “테러분자들이 9.11 폭파사건을 일으켰듯이 정국 돌파를 위한 측면에서 노 대통령이 혈혈단신으로 비행기를 몰고 빌딩을 향해 부딪치러 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교하면서 “그래서 큰 일”이라고 했다.
그는 어제도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노 대통령이) 불러 개헌과 관련한 얘기만 했고 며칠 후에는 관훈클럽에 나와 얘기하기로 되어있다며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단 한번도 관훈클럽에 나온 적이 없고 또 예전에는 불러도 대답 없던 대통령이 왜 먼저 나오겠다고 하겠느냐? 개헌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개헌은 한나라당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백퍼센트 개헌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담긴 변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정황을 곁들여 설명했다. 즉 개헌을 제안해 국회에서 부결될 것을 뻔히 알고, 그렇게 될 경우 가장 비참하고 초라한 대통령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제안하겠느냐 면서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는 그 이유로 개헌이 부결될 경우 현재로 봐선 4월 말이면 확정될 것이고, 그럴 경우 노 대통령은 자기 희생(하야 가능성)을 통해 상대방을 분열시키고 새판을 짜려할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될 경우 6월내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럴 경우 당장 준비가 안 된 한나라당의 경우 서로의 고정 지지표를 갖고 있는 주자들이 당 경선에서 밀릴 경우 뛰쳐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문 주필은 호남과 연관해서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호남 사람을 내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사람으로 본다”며 “정운찬, 김혁규 등 얼마든지 용인(用人)이 가능해졌다”고 말하고 “고건 전 총리가 조금 더 버텼더라면 일부 보수층과 경상도 표 등 유리한 입장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행정인으로서는 달인일 수 있겠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라며 고 전 총리는 몸살만 앓다가 끝난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도 현재의 지지율로만 보면 대통령을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드라마는 짧아야 오래 남고 프로듀서도 힘들지 않지, 오래가면 금방 식상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돌아 나온다”며 “어떤 측면에서 국민들은 이제 이명박 대통령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해 선두를 유지하는 지지율이 결코 플러스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하며 이 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은 어느 정도 제도의 틀이 갖추어 졌으면 그 틀 안에서 인물을 골라야지 언제까지 제도의 타박만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니 만큼 마음속에 상처가 없는 사람이 되어야 대통령이 되어서도 국민에게 한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자신이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국민을 편하게 껴안을 줄 아는 사람, 퇴영적인 암울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바꿔 희망으로 변화시킬 사람,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품위와 품격이 있는 사람, 서울 시청 앞 광장에 퇴근시간이면 2,3백대의 택시가 줄지어 서고, 70넘은 아버지가 아들의 용돈을 대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줄 아는 사람, 공동체 사회로서 국민을 하나로 화합시킬 줄 아는 사람을 국가의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은 내가 주인이 되어 주인 된 자의 눈으로 볼 때 가능한 것이라며 거듭 주체적 시각을 강조했다.
문창극 주필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사회부·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논설위원실장과 논설 주간 상무를 거쳐 현재 중앙일보 부발행인 겸 주필을 맡고 있다. (Konas)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