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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증권, 경제, 산업/기업] 2003년 07월 22일 (화) 15:33
최근 중국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마케 팅 활동을 펼쳐 CNN으로부터 ‘진취적이고 성공한 경영인’이라는 평가 를 받은 LG전자 중국법인장 노용악 부회장(63).
지난 해 중국전자보와 시나닷컴이 선정한 ‘중국가전 10대 인물’에 외 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선정될 만큼 ‘중국통’으로 유명한 노 부회장 이 22일 인간개발연구원 주최, 매일경제가 후원 ‘밀레니엄 경영자 제 주 섬머포럼'(호텔 제주신라)에 연사로 나섰다.
강연 후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노 부회장은 사스라는 위기를 LG 전자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기회로 되살린 얘기와 LG전자 중국 사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 사스가 가져다 준 행운 = ■ 사스는 노용악 부회장 자신과 LG전자 중국법인에게는 갑자기 다가온 기회였다.
사스가 심각해지면서 LG전자 중국법인도 다른 기업이 직면한 많은 문 제에 부딪혔지만 다른 외국기업과는 눈에 띄게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 다.
노 부회장은 “사스 기간동안 공장을 돌리거나 안 돌리거나 위험은 똑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스가 어차피 확률적으로 걸리는 만큼 사 전예방을 철저히 하면서 성급한 생산 중단은 하지말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만7000여명 직원의 체온을 매일 체크하고 사스에 좋다는 약 을 하루도 빠짐없이 제공하면서 생산과 영업목표를 달성해 나갔다.
마쓰시타나 모토롤라 같은 다른 외국기업이 공장 가동중단과 베이징 사무소 폐쇄, 생산과 투자 중단 검토라는 호들갑을 떠는 동안 LG전자 중국 생산법인은 대표적인 공휴일인 5.
1절 휴무기간에도 예년과 마찬 가지로 쉬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위생국에 위문금을 전달하고 ‘I LOVE CHINA, 아이짜이중 궈(愛在中國)’ 활동을 전개해 ‘콴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다.
노용악 부회장은 “사스는 천안문 사태와 비견되는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면서도 “사스는 오히려 중국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진단한다.
한동안 해외언론에서 사스가 ‘중국판 체르노빌’이 될 것이라고 하는 등 비판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 치 사회적 문제들을 긍정적 시각으로 수습하면서 사스를 국가발전의 계기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사스때문에 ‘철밥통’으로 인식됐던 공무원을 전국적으 로 5000명이상 경질시킨 것.
‘무능한 공무원은 축출된다’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또한 50년 걸릴 위생관념 개선을 1년만에 해결했다는 점도 큰 성과.
보도통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언론이 활약한 점도 중국 IT의 미래를 밝게 한 점이다.
노 부회장은 “사스가 중국 경제의 ‘예방주사’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사스 덕분에 중국경제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 을 키웠다는 것이다.
■중국 산업경쟁력의 원천은? = ■ 10년 가까이 중국에서 기업을 이 끈 중국통 노용악 부회장은 “사업 여건 면에서 한국은 중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산업경쟁력의 가장 큰 원천은 노동력.
임금이 매우 싸고 단기간 내 급등할 가능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임시직 비율이 높아 노동유연 성도 뛰어나다.
또한 기업의 경영혁신활동에 대해 거부감도 매우 적 다.
공회(노동조합) 조직에 단체행동권이 없고 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들 의 거부반응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박정희식 국가전략이 시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정 지역을 먼저 부유하게 만든 후에 주변지역으로 부를 전파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이 대표적 사례.
지난해 1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는 2020년 까지 ‘고성장 전략’을 견지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지도층의 우수한 리더십도 한 몫 한다.
노 부회장은 “후진타오의 경우 92년 최연소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 탁된 후 10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는 등 철저한 리더 교육을 받았다” 고 강조한다.
세계 화상(華商)들의 파워도 큰 힘이다.
화교는 싱가포르와 태국 주식의 81%를 소유할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 을 자랑한다.
1991년부터 세계화상대회를 시작해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
한국과 다른 점은 전체산업 동시발전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한계 산업이 한국과 대만으로, 한국과 대만의 한계 산업이 동 남아로 가는 ‘기러기형 발전모델’이 이전까지 동아시아 국가의 발전 모델이었다면, 중국은 완구와 신발 등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첨단 제품도 동시에 개발하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델로 발전하고 있 다.
철저한 산학 연계를 통한 이공계 인력의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이공계 대학 입학 인원수가 한국의 13배에 이르며 칭화대를 비롯한 3 64개 대학에서 2100여개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연구인력의 임금은 한국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에 머물고 있다.
■ LG전자 중국, 내년 매출 100억弗 목표 = ■ 사스가 가져온 행운은 중국 내에서의 LG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중국 내에서 매출 8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부회장은 “내년에는 100억달러가 목표”라고 밝혔다.
당초 LG전자 는 100억달러 달성 시기를 2005년으로 잡은 바 있다.
노 부회장이 밝히는 LG전자 중국법인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
“현지 연구개발(R&D),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현지 인재활용 등 철 저한 현지화와 함께 차별화된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 사회봉사 활동 전개가 성공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올 연말까지 총 18개 생산법인과 1개 연구법인을 운영하게 되는 LG전 자는 중국에서 모든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베이 징에 여의도 쌍둥이빌딩과 비슷한 LG북경타워를 건설하는 한편 불우 이웃 돕기활동 등으로 ‘LG전자는 중국회사’라는 이미지 심기에도 주 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 부회장은 “중국 시장은 매력적이지만 외자 기업이 경쟁하 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중국내 에어컨 업체가 99개, 세탁기 업체가 54개에 이를 정도로 경쟁 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 중국은 내 인생 마지막 무대 = ■ 노 부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 ) 잭 웰치 전 회장이 퇴임전 마지막 이사회때 한 “GE의 모든 향후 계 획서의 절반을 여백으로 남겨라”는 말을 인용했다.
절반의 여백은 바 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채워넣어야 할 부분이란 것이다.
LG전자의 중국 진출 1년만인 94년 당시 LG전자 부사장으로 있던 그가 중국법인 근무를 자원한 이유도 비슷하다.
노 부회장은 “당시 해외 전체 영업을 총괄하면서 ‘중국을 몰라선 안 되겠다’고 깨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 중국은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무대이다.
“더이상 갈 곳이 없으니 마지막을 중국에 바쳐야죠.
“
그러면서 그는 “경쟁기업인 중국 렌샹그룹과 TCL의 CEO들이 친구”라 고 한마디 덧붙인다.
노 부회장은 “LG전자의 중국 사업을 한단계 높 였지만 더 큰 성공은 후배들이 이어받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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