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함께 사는 세상 만들어요”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
우리 사회의 주류·다수·지배의 시각으로 볼 때,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우선 1941년 전남 고흥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위원장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갔던 부산에서 어렵사리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더 이상 진학을 하지 못했다. 1965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치르는 사법·행정요원 예비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그는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조 위원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생계를 위해서 판·검사 생활을 선택할 수 없었던 그는 1971년 곧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고,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호사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왔다. 그러나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자 ‘참여주의자’였다. ‘브로커 없는 변호사’를 고집하면서 인권운동(성폭력상담소 이사)과 소비자운동(소비자시민모임 회장) 등에 매진해온 것이다.
무명의 평범한 변호사였던 조 위원장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공소유지 담당변호사(검찰이 불기소한 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열리는 재판에서 검사 대신 공소유지를 하는 변호사)를 맡아 사실상의 ‘국내 특별검사 1호’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언론은 당시 그의 활동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대한변협의 권유로 최초의 공소유지 담당변호사로 활동하며 그는 피고인 문귀동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당시 그는 피고인 조사시 변호사 입회를 처음으로 허용해 화제를 낳았다. 변호사를 입회하지 않은 채 피고인 조사를 해왔던 관행을 깬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영황은 ‘피의자 조사 때 변호사의 입회를 허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문제’라며 ‘피의자의 진술 번복, 강압·고문수사 시비를 막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한다.”(인물과사상 2005년 6월호 중에서)
‘준비된 인권위원장’ 조영황은 시군법원 판사를 지원해 정년 때까지 4년 동안 고향에서 ‘시골판사’로 봉직한 뒤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2004년 4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올 4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조 위원장은 강연 서두에 논산훈련소 신병 인분 사건, 전·의경 알몸신고식 사건 등 군대 내 인권 문제부터 거론했다. 이어서 그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도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인권 과제라고 강조했다.
“군사훈련을 거부해 병역법에 따라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고 있는 젊은이가 현재 1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을 공익요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있었으나, 4주 동안 받아야 하는 군사훈련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독일과 대만처럼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군대처럼 똑같이 일정한 기간 동안 집단으로 합숙을 하면서 지체부자유자나 노인 등을 간호하는 봉사 활동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당사자들은 총만 들지 않는다면 복무 기간을 3년으로 늘려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그러나 군대 안 가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면서 국방부가 반대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조 위원장은 이어서 △나병환자(한센인) △탈북자(새터민) △이주노동자 △시각장애인 △노인 등 구체적 인권 사안을 일일이 거론해 가며 현황을 설명했다. 그의 강연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경제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인권 선진국’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민주화 노력의 결과 전 사회적으로 인권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존중을 일반화하여 ‘다르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한편 앞으로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 주제,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12월 1일: 도약하는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정치리더십(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 대사) △12월 8일: 법치주의와 시장경제(천정배 법무부 장관) △12월 15일: 부산 APEC을 통해 본 국제정치질서와 한국 외교의 성과와 과제(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12월 22일: 송년연구회: 위대한 기회, 세기적 절망-21세기 세계와 2006년 한국의 전망(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전화문의 02-2203-3500)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조영황 위원장의 이력서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수료
▲ 제10회 사법시험 합격
▲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
▲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공소유지 담당변호사
▲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회장
▲ 방송위원회 광고심의위원장
▲ 법무법인 신화 대표변호사
▲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본부장
▲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피해법률지원본부 본부장
▲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고흥군법원 판사
▲ 제6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장관급)
▲ 세계옴브즈맨협회(IOI) 부총재
저서: 기업법대전,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