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성에 투자하세요
왕운곤(중국 길림성 당서기장)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월마트도 이미 길림성에 들어와 회사를 설립했다. 동북3성 개발계획 시대를 맞아 한국의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길 바란다.”
왕운곤 중국 길림성 당서기장이 지난 4월 22일 인간개발연구원 조찬특강에서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정중하게 꺼낸 말이다. ‘공산당 서기장’이 ‘세일즈 외교관’으로 변신한 데는 물론 까닭이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등 동북3성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왕 서기장은 이를 “연해경제특구 건설, 포동신구 개발, 서부 대개발에 이어 21세기 초에 전개될 최고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동시에 해방 전후 중국의 최대 공업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던 만주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족 문제 등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에 난색을 보였던 중국이 이번에는 한국에 손짓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중국 전체 가공업의 89.2%를 차지하고 있는 길림성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14.8%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 연평균 성장률 4.9%와 비교해 보면 길림성의 경제성장 속도가 얼마나 눈부신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92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제일자동차그룹도 우리 길림성 장춘시에 있다. 이러한 저력은 중국 최대의 종합대인 길림대를 비롯한 41개의 종합대학과 6백78개의 과학연구기관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왕운곤 당서기장이 자랑하는 길림성의 각종 경제성장 기록이다. 이어서 그는 길림성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통공업기지 진흥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 길림성은 전통공업기지 진흥계획을 제정하여 자동차, 석유화학, 농산물 가공, 현대 중의학과 바이오 메디슨, 광전자 정보통신과 하이테크 산업 등 5대 기지 건설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의 선진적 기술, 설비, 자본을 적극 유치해 길림성 전체를 개방형 경제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설립이 승인된 외자기업이 7천여 개에 달한다.”
길림성은 우리에게 각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길림성의 면적은 18만7천㎢이며 인구는 2천5백만. 한국과 비교하면 면적은 2배나 넓지만, 인구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연변 조선족 자치주도 바로 이곳에 있다. 왕운곤 당서기장도 한국과의 적극적인 경제교류를 희망했다.
“한국은 길림성에 투자한 55개 국가 중 당당하게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에만 무역 총액이 7억 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기계, 방직, 식품, 서비스 등 1천1백23개의 한국 업체가 길림성에 들어와 있는데 상당한 경제적 수익을 얻고 있다. 다만 대기업의 참여가 부족해 아쉽게 생각한다. 앞으로 철강, 석유화학, 정보통신, 의료산업 등의 업종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한편 왕운곤 당서기장은 조선족 사회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우리와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족 2백만 중 1백20만이 길림성에 거주하고 있다. 길림성은 조선족 자치주의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다른 지역에 비해 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치주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조선족 사회의 붕괴라기보다는 사회 진보의 결과로 보고 싶다. 조선족은 운남성을 비롯해 중국 전역으로 진출해 있는데,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언어 수요가 많아지면서 그런 결과가 빚어진 것 같다.”
그것은 세계 제일의 장사꾼 중국과 적극적으로 경제교류를 추진하되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