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조찬포럼에서 ‘탄핵과 촛불시위, 총선’ 입장 피력
“한국의 그 어떤 정치인도, 그 어떤 시민단체 리더도,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과 아이들의 앞서가는 감성을 뛰어넘지 못한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경직된 진보’의 모습까지도 충분히 완화시켜주고 있다.”
‘사회적 묵언’ 기간을 가지면서 일체의 언론활동을 삼가던 시인 박노해씨가 최근 탄핵과 촛불집회, 4·15총선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 귀추가 주목된다.
4·15 총선, 이념구도 4파전 예측
박노해씨는 25일 오전 7시30분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그 어떤 정치인이나 시민운동가도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과 아이들의 리더십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국민 70%가 반대하는 탄핵을 국회 70%가 찬성하는 모순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연구중”이라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의 의사가 어떻게 반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다.
박씨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보다 노무현에 대한 증오가 더 커서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정한 묵언 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국 사회현상에 대해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4·15 총선의 이념구도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개혁적 보수당인 열린우리당, 합리적 진보당인 민주노동당, 수구파로 전락한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급진좌파 혹은 사회주의 정당을 표방하는 세력이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총선 이후 한국사회는 사회·정치적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가운데 지역화폐운동, 대안공동체운동 등의 대안문화가 풍요롭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봄 하늘은 미사일의 하늘”
이날 ‘글로벌시대와 나눔의 철학’을 주제로 강연한 박씨는 “한국사회 문제의 근원에는 네가지 위기가 존재한다”며 그것은 “생태위기, 전쟁위기, 빈부격차, 영혼의 불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쟁위기와 관련, 박씨는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미국의 패권시대가 도래한 만큼 많은 전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미 동해바다와 황해바다는 핵 잠수함이 몰려있는 바다가 됐다”며 “서울의 봄 하늘은 미사일의 하늘”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씨는 “바그다드의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모두 테러리스트가 된다”며 “이라크전쟁 후폭풍을 막기위해서라도 그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주고 공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국내 경제문제와 관련,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에 고시텔에서 새우잠 자는 실직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빈민촌은 심각한 항쟁사태로 번질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고, 빈민들은 시민사회와 민주세력도 통제할 수 없는 분노의 불덩어리를 갖고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씨는 아름다운재단이 벌이고 있는 ‘1% 나눔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구조적 악의 실재를 직시하지 않는 1% 나눔운동이나 자선적 나눔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대단히 회의적”이라며 “다보스포럼도 나눔문화를 얘기할 정도로 나눔바람이 일고 있지만 진정한 나눔철학이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