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피곤하게 살지 말라”
김수경(한국대체의학연구소 소장)
“우리는 질병이 걸려 몸이 아프면 흔히 ‘병이 옮았다’고 말한다. 질병의 원인을 자신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질병은 우리들 각자가 살아온 삶의 결과이다. 질병을 만든 1차적 책임은 바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몸이 아픈 이유는 인생을 잘못 살았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 그것을 체크해 보는 것에서 건강 지키기의 첫 걸음은 시작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김수경 한국대체의학연구소 소장은 지난 4월 1일 ‘사람은 왜 아픈가?’를 주제로 한 조찬강연에서 서양의학이 아닌 대체의학의 관점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원리’를 설명했다. 각종 비유와 고전 문구가 동원된 김 소장의 강연은 쉽고도 명쾌했다. 채식과 육식의 적당한 비율에 대해 설명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하나의 사례에 속한다.
“사람의 치아는 보통 32개라고 한다. 맷돌에 해당하는 어금니가 20개, 작두에 해당하는 앞니가 8개, 끌에 해당하는 송곳니가 4개이다. 맷돌과 작두는 곡식과 채소를 빻거나 자르는 기구이다. 끌만이 고기를 저미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음식을 섭취할 때 곡식, 채소, 고기의 비율도 치아의 비율을 따르는 것이 적당하다.”
김수경 소장은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문구를 동원해 ‘웰빙’을 설명하기도 했다. 먼저 그는 소동파의 시에 나온다는 ‘안심시약갱무방(安心是藥更無方)’을 소개했다. “즐겁고 유쾌한 마음(安心)보다 더 좋은 약은 없으며, 안심의 반대어에 해당하는 분노와 좌절감, 스트레스야말로 건강의 가장 치명적인 적”이라는 것이 김 소장의 해석이다.
김 소장은 중국의 의서 <소문(素文)>에 나온다는 ‘기거유상 식음유절 불망작로(起居有常 食飮有節 不妄作勞)’와 ‘함신자혈 비산비야 제비지하(陷身者穴 非山非野 臍鼻之下)’라는 문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건강하려면 잠자리에 드는 것과 일어나는 것이 규칙적이어야 하고, 먹고 마시는 것에 절제가 있어야 하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뺏기지 말고 과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함정에 빠트리는 것, 다시 말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멀리 산이나 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꼽과 코 밑에 있다.”
건전한 식생활과 성생활을 강조한 비유인 셈이다. 결국 건강을 규정하는 것은 음식, 정신, 운동 등 3가지로 집약된다는 것이 김수경 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현대인의 식생활 문화가 ‘양육(養育)’보다 ‘사육(飼育)’에 가깝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현대 영양학(營養學)은 가축을 효과적으로 사육하기 위한 사료영양학(飼料營養學)에서 발전됐다. 예컨대 닭은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사료를 먹고, 분뇨를 배설하고, 알을 낳는다. 거기에다 사육장에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사료에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신경안정제가 첨가돼 있다. 그렇다면 닭장처럼 생긴 아파트에 살면서 컨베이어 벨트를 닮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먹는 우리 현대인이 닭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양육’되고 있는지, ‘사육’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뿌리는 정신이라는 것이 김수경 소장이 내린 결론이다. 의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만병(萬病)’이라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 ‘하나’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이 바로 정신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건강한 삶은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암 환자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조용히 되돌아보고 글로 써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의 궤적에서 잘못이 발견되면 인생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 그것이 병으로부터 해방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다. 질병은 자신이 만든 것이기에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 아기를 낳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임산부이고, 산부인과 의사는 옆에서 도와주는 존재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앞으로 4월 한달 동안 진행될 조찬강연 일정은 △4월 8일(이호철 예술원 문학분과위원장) △4월 15일(어윤대 고려대 총장) △4월 22일(왕운곤 중국 길림성 당서기장) △4월 29일(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