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매니푸니 / 버그박사㈜ 사장)
성공하는 발명가를 위한 5계명
지난 9월 30일 오전 7시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 강사의 복장은 거의 모두가 양복 정장 차림인 청중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타이 와이셔츠에 챙이 달리 모자를 비딱하게 쓰고 연단에 선 이해곤 ㈜매니푸니·㈜버그박사 사장.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그의 인생역정은 복장보다 몇 배는 더 특이하다.
고등학교 1학년 중퇴, 검정고시로 대학(춘천교대) 진학, 대학교 2학년 중퇴, 농촌에서 느타리버섯 재배하다 빚쟁이 신세, 나이키 한국지사에 꼴찌로 입사, ‘라스팅 클립’ 발명해 나이키로부터 70억원 수입, 중국 북경에 버섯 씨 공장 세웠다가 외환위기로 다시 빚쟁이 전락, 운동화끈 결속장치 발명하고 ㈜매니푸니 창업했으나 사업화 단계에서 난관 봉착, 창의교육 교구재 버그박사 발명, 황토느타리버섯 개발, 유한대학 창의력개발센터 소장, 민족사관고 창의교육연구소 소장, 창의교육 프로그램 시프(CIEP) 테스트 개발….
제도교육에서 철저히 ‘실패’했으나 자신의 인생에선 ‘성공’한 이 발명가 사장의 실험과 도전을 위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서울대 교수, 교육학)이 다음과 같은 헌사(獻辭)를 바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헌사를 읽어보면 왜 우리가 이해곤 사장을 주목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거니와, 더 이상의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 다소 길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춘천의 자그마한 중소기업의 사장이 버그토이를 발명하고 이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완구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버그토이란 일종의 레고(Lego)인데, 레고를 가지고는 조립하기가 불가능한 선과 커브도 만들 수 있는 대단한 발명품이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그리는 형상을, 그들의 손을 통해서 현실화 시켜줄 가능성이 큰 것일수록 좋은 장난감이다. 어린이들이 모래와 찰흙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레고가 전 세계 장난감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다재다능한 조립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버그토이는 레고를 훨씬 능가하는 형상 조립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유아교육 현황 파악과 평가를 위해 내한했던 OECD 학자들도 감탄해 마지않은 이 버그토이는 이제 춘천의 스팸(전 세계를 석권한 돼지고기 통조림 회사로 공장이 위치한 미국의 소도시 오스틴을 축복의 도시로 만들어 주었다-기자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버그토이가 전 세계의 모든 가정, 유치원 그리고 보육시설에 레고처럼 또는 레고와 더불어 장난감 선반에 놓일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스팸이 오스틴에 그랬듯이, 버그토이로 춘천이 많은 복을 받기 바란다.”
한편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도 항상 모든 것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살아간다는 이해곤 사장은 체험으로 터득한 ‘발명가로 성공하기 위한 5계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발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피와 살’이 될 5계명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선행 기술 존재 유무를 조사하라: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발명했더라도 그것이 이미 다른 사람이 특허를 받아놓은 기술이라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려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2)개발 난이도를 측정하라: 아무리 기발한 발명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사업화가 가능한 것인지 사전에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명과 사업화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므로 발명가는 실사구시 정신을 가져야 한다.
(3)개발 비용을 측정하라: 사업화를 위해 소요될 비용을 제대로 추산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공정을 시작할 때는 수 십만원 수준이던 것이 완성을 앞둔 시점에는 수 십억원 수준으로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4)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라: 기발하고 뛰어난 기술을 발명만 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치기 쉽다. 공든 탑을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철저하게 ‘마케팅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5)특허출원 절차와 범위를 확실하게 하라: 지적재산권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발명 기술을 보호받으려면 유비무환의 자세가 절실하다. 전문 변리사와 상의해 특허 청구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앞으로 10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 일정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월 7일: 따뜻한 카리스마,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10월 14일: 세계 속의 한국인, 그 성찰과 새로운 모색(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10월 21일: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와 이해(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10월 28일: 21세기 한국농정의 방향(허상만 농림부 장관) (전화문의 02-2203-3500)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