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욱(AG클리닉 원장)
토마스 파가 152세에 죽은 이유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캉 무드셀라 구름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한때 코미디 프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물론 이 긴 대사 중에서 김만 ‘성(姓)’일 뿐이고, 뒤에 붙은 장수와 관련된 장황한 내용은 모두 한 사람의 ‘이름(名)’이다. 예컨대 무드셀라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노아 홍수 이전의 사람으로 9백69세까지 장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죽음과 노화를 방지하고 생명과 젊음을 연장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희원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표현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 23일 오전 7시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에서 ‘노화방지와 건강장수’라는 주제로 강연한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은 주목된다. 해학과 풍자가 아니라 ‘노화방지의학’이라는 구체적 방법을 동원해 노화와 건강과 장수의 함수관계를 그가 알기 쉽게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노화방지의학’에 대한 개념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과거에는 ‘건강’을 ‘단순하게 질병이 없는 상태’로만 이해했던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상의 심신 상태’를 가리키는 적극적 의미로 쓰인다. ‘노화방지의학’은 단순히 장수를 위한 의학이 아니라 장수와 더불어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학을 말한다.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향상시키는 것이 진정한 목표이다.”
그렇다면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아니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학적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권 원장은 △운동요법(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유연성운동) △생활습관(식이요법, 수면습관, 스트레스 줄이기) △약물요법(호르몬 보충, 고룡량 비타민, 항산화제) 등 크게 3가지 방법을 쓸 것을 권했다. 물론 여기서 생활습관과 약물요법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들이다. 이에 비해 유산소(속보, 조깅, 자전거, 수영), 근력(아령, 역기,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유연성(스트레칭, 요가, 체조) 등의 운동요법은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요법도 일정한 원칙과 요령을 세워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하루 20분, 주 5회 이상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기간 동안 그렇게 실천하면 운동을 하기 전보다 8~9년 정도 젊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나이, 체력, 체성분, 건강상태를 고려한 처방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예컨대 관절이 약한 사람에게 등산과 조깅은 도리어 독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부작용을 핑계로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소식(小食), 절식(節食), 자연식(自然食) 등 식이요법도 노화방지의 필수조건이다. 권용욱 원장은 음식을 섭취할 때 ‘3백’(설탕, 소금, 흰쌀밥)을 피할 것도 권고했다. 특히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설탕은 건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므로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물론 규칙적인 식사는 기본이거니와, 권 원장은 “아침은 충분히, 점심은 적당히, 저녁은 될 수 있으면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먹는 것이 노화나 장수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매우 큰데, 오키나와가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오키나와는 세계적으로 장수촌이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곳에 미군기지와 맥도널드가 들어오면서 장수촌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지금 오키나와의 많은 젊은이들은 비만과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원인이 인스턴트 음식의 범람에 있음은 물론이다.”
권용욱 원장은 이어서 또 하나의 매우 상징적인 일화를 소개했다. ‘올드파’라는 위스키 병에 그려진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의 초상화와 관련된 ‘역설적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골 농부로 1백52세까지 살았다는 전설적 인물인 토마스 파(1438~1589)이다. 그런데 1백20세 때 어린 신부와 재혼할 정도로 건강했던 토마스 파는 어이없는 최후를 맞고 만다. 1백52세가 되던 해의 여름에 토마스 파는 진기한 장수자라는 이유로 영국 국왕 찰스 1세의 초대를 받아 왕궁에 들어갔다.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몸을 움직였고 가난해서 소식을 했던 그는 연일 이어진 파티에서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것이 탈이 되어 앓다가 죽고 말았다.”
과식과 과음 등 지나치게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교훈의 이야기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인간은 결국 늙고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적 존재이다. 그래서였을까. 강연 말미에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이 던졌던, “가장 건강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귓전에 남았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