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대표)
“만약 직속 상사가 직원들에게 분명한 기대치를 부여하고, 직원을 인정하고, 신뢰하고, 직원의 성장을 위해 투자한다면, 이윤분배 제도가 없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직속 상사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면, 헬스클럽 회원권을 제공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해도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는 어렵다.”
‘기업 가치를 열렬하게 대변하던 보수논객'(이동희 고문의 표현)에서 ‘한국의 오마에 겐이치와 피터 드러커'(장만기 회장의 표현)로 변신한 공병호. 그는 지난 6월 10일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기업의 성공을 위한 중간 간부의 조건’을 주제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에서 마커스 버킹엄과 커트 코프만의 저서인 의 한 대목을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른바 ‘중간간부학(中間幹部學)’의 서문(序文)을 소개한 셈이거니와, 이미 그는 자신의 52번째 저서인 <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에서 ‘중간간부학’의 본문(本文)과 주석(註釋)을 상세하게 펼쳐놓은 바 있다. 때로는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의 주장이 공허하지 않게 다가왔던 것은 아마도 공 대표 자신의 일상적 실천을 담보로 한 것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쓴 책은 7권의 번역서를 포함해 모두 54권이다. 올해 안에 10권의 책을 쓸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미 6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모든 것이 나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한 덕분이다. 자명종을 3개나 가지고 있는 나는 44세이지만 요즘에도 고3 수험생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3시에 일어나 하루의 목표를 분명하게 정한 뒤 일과를 시작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반드시 가계부와 일지 등을 쓰면서 성과를 철저하게 체크한다.”
그렇다면 회사나 조직의 ‘미드필더’라고 할 수 있는 중간 간부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공 대표는 제일 먼저 목표설정 능력을 꼽았다. 어느 회사나 조직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간부’와 ‘주어진 일만 하는데 익숙한 간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혼자 결정하고 지시해 버리면서 타인에게 잔뜩 소외감을 주는 간부’도 경계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단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로서 주변 사람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부적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클린턴은 회의나 토론을 주재할 때 절대 자신이 먼저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더 많은 부하들이, 더 많이 발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참여 의식을 갖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어서 공병호 대표는 중간 간부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문제해결 능력, 조직관리 능력, 동기부여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거론했다. 특히 그가 힘주어 강조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는데, 회사나 조직의 중간간부들은 공 대표가 열거한 다음의 ‘일그러진 간부의 자화상’ 리스트를 거울로 삼아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볼 일이다.
모든 정보를 혼자서 움켜쥐고 공유할 줄 모르는 간부,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 간부, 업무의 핵심을 정의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간부, 숫자에는 무능하고 모든 것을 두루뭉실 얼버무리는 간부, 젊은 세대의 코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간부, 상대방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간부, 아래로는 쓸데없이 강압적이고 위로는 지나치게 비굴한 간부, 무의미한 회의를 습관적으로 일삼는 간부….
공병호 대표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중간 간부의 미덕은 자기경영 능력이다. 그는 도무지 자기계발에 관심이 없는 간부, 매사에 시큰둥하고 자조적인 간부, 매사를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답습하려고만 하는 간부, 지적 호기심이 없고 귀동냥에만 의존하는 간부, 자신의 모자람은 돌보지 않고 늘 불평만 일삼는 간부,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간부,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사는 간부는 당장 사표를 쓰라고 호통친다.
그러나 우리는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어찌 중간 간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최고 경영자에게도, 말단 직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삶의 지혜’일 터이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