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한다. KHDI가 지난 28년 동안 매주 목요일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342회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다. 황장엽에서 박노해에 이르기까지, 강사진의 사상적 스펙트럼도 광범하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독도문제 감정대응 아무런 도움 안 돼요”
박춘호(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3면을 감싸고 있는 바다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까지 뛰어든 한일갈등의 핵심과제인 독도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유엔(UN) 산하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첫 한국인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춘호 건국대 석좌교수(국제해양법학회 회장)가 지난 3월 11일 ‘한반도 주변의 해양문제-독도문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조찬강연에서 그 원초적 물음들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솔직하게 피력했다.
“세계는 바야흐로 ‘바다 열풍’에 빠져들 조짐이다. 한국이 장보고 재조명을 통해 바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은 지금 인도양 진출의 영웅 정화의 남해 원정 6백주년을 앞두고 국가 차원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21세기 해양정책 보고서’가 조만간 제출될 예정이다. 그것은 세계 각국 해양정책의 가이드 라인이 될 것이다.”
‘중국의 장보고’ 정화(鄭和)는 명나라 때인 1405년 대선단(大船團)을 꾸린 뒤 약 30년 동안 동남아에서 서남아까지 출정해 30여 나라를 정벌했다. 바스코 다 가마보다 거의 80∼90년 앞서 인도양까지 진출한 인물이다. 중국이 정화를 기리는 행사를 통해 공세적인 해양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적 분위기와 한국의 해양정책을 둘러싼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한일 양국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른 독도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도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냉정함을 잃은 채 냄비처럼 들끓다가도 곧바로 식어버리는 반일감정과, 장기적 전략도 없이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드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한국은 독도를 실질적으로 영유하고 있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도 가지고 있으며, 경비병까지 파견해 지키고 있는 나라다. 이렇게 실질적인 헤게모니를 쥐고 있으면서도 일본이 건드릴 때마다 목청을 높이며 흥분하는 나라는 아마도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어엿한 아내를 두고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만 ‘이 여자는 내 본처임에 분명하다’고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독도문제에 대해 이미 통일된 입장을 가지고 대외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내부 입장이 불분명한 한국의 상황도 지적했다. 국내에서 여전히 역사학자, 국제법학자, 시민운동가 등이 제각기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일본의 속셈은 독도문제를 자꾸만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려고 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도영유권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일본은 독도문제가 국제재판에 회부될 경우 1라운드에서 KO승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무엇을 근거로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일본은 조선이 태종∼숙종 시기의 4백50년 동안 해금(海禁) 정책을 펴는 동안 일본 어민들이 막부의 허가를 받고 독도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시켰을 때 조선 왕조가 전혀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박 교수는 감정을 배제한 채 우선 일본의 논리를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하는 합리적 자세만이 독도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조찬강연은 오는 3월 18일(목) 오전 7시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번역해 ‘칭찬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조천제 한국블랜차드컨설팅그룹 원장이 강사로 나선다. (문의전화 02-2203-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