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전투병이든 공병이든 파병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2003 장윤선
‘산신령’ 조순 할아버지는 최근 어떤 사색에 빠져 있을까?
지난 95년 ‘흰 눈썹’을 휘날리며 시장선거에 당선됐던 조순 전 서울시장. 그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다. 최근 그는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을 통해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을 찾아보고, 하루일과 중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이메일을 검색하고 그 다음엔 현안들을 찾아 웹서핑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약소국이 강대국의 무력을 받는 세계는 싫다”
지난 6일 오전 7시 30분경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서울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 포럼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최근 사회현안에 대해 인터뷰했다.
청와대의 ‘비전투병 파병’ 입장이 발표된 이날,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 “약소국이 강대국의 무력을 받는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 주는 것은 싫다”며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조 전 경제부총리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명분 중 하나인 대량살상무기는 그 많은 정보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약소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대국의 공격을 받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미 이라크 국민들은 공병이나 전투병 모두 가리지 않고 똑같은 무리로 본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 말끔청산 어렵다, 이유는 장부가 없어~”
따라서 그는 “현재 이라크에서 UN도 공격당하고 있는 처지이고, 이미 미국에서조차 이라크에서 철수하라는 여론이 팽배한 마당에 우리가 굳이 파병을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며 “솔직히 이라크 국민들의 심정은 결국 이라크는 우리나라인데 왜 자꾸 남들이 와서 난리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로 우리 정부가 이라크에 비전투병을 파병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파병뿐만 아니라 그는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는데,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 문제를 완변하고 말끔히 조사하자고 언론이 주장하지만 실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 이유는 우선 장부가 없기 때문”이라고 의미 있는 단서를 달았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구호일 뿐”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던지는 쓴소리
▲ 조순 전 경제부총리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현재 집권 1년이 되어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대해 “아직은 견습생으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국민들도 노무현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지를 하지도 않으면서 제대로 일하라고 주장하는 게 과연 올바른 기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무현정부는 몇 가지 지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개혁은 이념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혼자 그리는 그림이 개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노무현정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개혁을 실천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 정치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세 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지지는 멀어질 것”이며 “이제 대통령은 견습기간을 끝내고 대통령 본연의 활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개혁은 이념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하는 노무현정부의 경제팀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는 이미 상당한 저성장 시대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런데도 현정부의 경제팀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구호만 나열할 뿐, 기업투자가 부진하고 임금격차가 너무 큰 현실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거품을 세금으로 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과연 이를 활발히 조사할 수 있는 행정추진력이 김진표 경제팀에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장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