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易學)은 개혁과 희망의 학문”
김동완 사주명리학자
사주명리학자 김동완(한국역학학회 회장)은 강연회 서두에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대한 선입관부터 버리라고 충고했다. 그는 실제 임상 활동을 통해 역학과 운명학이 변화의 학문, 개혁의 학문, 희망의 학문임을 여러 번 실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있어서 진정한 운명학이란 이미 결정되어진 어떤 것을 족집게처럼 밝혀내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각자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과정 속에 운명학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그는 믿는다.
“예컨대 남자 사주에 여자가 많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위 제비족이나 바람둥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반드시 제비족이나 바람둥이가 될까? 태어나자마자 사주가 결정되고, 그로 인해 평생 제비족이나 바람둥이로 살아야 한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사주에 여자가 많다고 모두 바람둥이인 것은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 역시 환자가 모두 여자이다. 오히려 사주에 여자가 많을수록 그 의사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똑같은 사주이지만 한 사람은 제비족이나 바람둥이가 되어 패가망신하고, 한 사람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명예와 부귀를 누린다.”
어쩌면 사주 해석의 묘미는 그렇게 주어진 사주를 활용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사주 중의 또 하나가 ‘역마살’인데, 김 회장은 이에 대한 해석에서도 다음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여러분도 역마살이란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역마살이 있으면 집을 나가서 밖으로 떠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사실 역마살은 활동적이고 움직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마살이 있다고 반드시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세일즈맨, 외교관, 비행사, 비행기 승무원, 항해사, 관광 가이드, 군인, 경찰에 이르기까지 역마살과 관련된 직업은 매우 많다.
같은 역마살이지만 활동 범위가 국내에서 국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모두 활동적이고 움직임이 큰 직업들이다. 자신의 생각과 선택에 따라서 얼마든지 운명은 바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유명 역술가와 무속인들을 상대로 진행했던 실험 이야기를 소개했다. 서울역의 거지에게 깨끗한 양복을 입혀서 그들에게 데려가 ‘이 사람이 지금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데 장차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거짓으로 질문하고 사주팔자를 보게 하는 실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어느 역술가가 이 거지의 사주팔자를 역학의 한 종류인 하락이수로 풀이했더니, ‘자신의 배부르고 등 따스한 것을 구하지 않으면서 청빈한 상태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고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사주로는 사업가가 될 수 없다고도 풀이하였다.
아무리 겉모습을 그럴 듯하게 꾸몄어도 타고난 운명까지 속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사주명리학으로 풀이해도 이 사람의 사주로는 사업가로 성공할 수 없다는 풀이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주를 타고난 사람은 평생을 거지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백범 김구 선생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백범일지>를 보면 김구 선생이 과거시험을 보러 갔다가 중인의 신분으로 장원급제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응시를 포기한 채 귀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후 선생은 부친의 권유로 풍수, 역학, 관상 등을 독학한다. 관상학을 공부하던 선생은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관상을 살펴봤다. 그런데 눈도, 귀도, 코도, 입도 거지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에 실망한 선생은 비관에 빠져 자살까지 결심하기에 이르는데, 관상학 책 마지막 구절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거기에는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想)’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것은 관상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심상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관상을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은 선생은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을 더 키우게 되고, 나중에 민족의 지도자로 성장한다.
‘자신의 배부르고 등 따스한 것을 구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거지도 될 수 있고, 지도자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다.
“각자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게 인생 설계를 하는 것, 타고난 사주팔자의 장점을 잘 살려 삶을 변화시키고 인생의 희망을 키우는 것이 바로 역학이자 운명학이다. 그러나 혼자서는 그것을 이룰 수 없다. 음과 양이 서로 양보하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잘 보여주는 태극의 정신, 큰 틀에서 하나를 지향하면서도 작은 틀에선 다름을 인정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 한 구석에 버려졌으나 민들레 홀씨 하나 내려앉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강아지 똥의 정신이 필요하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