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류종일, 이시형, 고도원, 장회익, 정종욱, 강응선….
매경이코노미를 구독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사람들이 누구며 현재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남 장성군의 ‘21세기 장성아카데미’에 한차례 이상 강사로 다녀왔다는 점이다.
8월 22일 현재 365회를 맞는 21세기 장성아카데미에는 이들 뿐 아니라 강지원 변호사,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인사들은 한번 정도 거쳐 갔다. 강사들은 처음에는 장성을 모르고 왔다가 직원들의 열정적인 수업 태도와 이전 강사들의 면면을 듣고 놀라는 경우가 상당수다.
장성군청 직원과 장성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21세기 장성 아카데미가 9년 동안 이어온 데는 김흥식 장성군수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밑바탕 됐다. 김 군수는 17년 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95년 민선 군수 1기에 당선됐다. 의욕을 갖고 군수에 취임했지만 막상 공무원들과 대화가 되지 않았다.
“시키는 일은 100점이지만 창의성이 전혀 없었요. 어떻게 이런 조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얘기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내가 직접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설득하자’는 것이었지요.”
■실천하는 리더십으로 직원 설득■
처음에는 상당한 반대에 부딪혔다. 우선 의회가 반대해 예산을 주지 않았다. 직원들도 새 군수가 와서 일을 벌인다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김 군수는 인간개발연구원에 용역 주는 방법으로 예산 절감을 가져왔다.
거기다 김 군수의 ‘실천하는 리더십’으로 공무원들의 반대를 정면 돌파했다.365회를 맞는 아카데미 강좌 가운데 김 군수가 “결석한” 강좌는 채 10회가 되지 않는다. 외국 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매 강좌 자리를 지켰다. 군수가 교육에 참가하니 부군수가 빠질 수 없었다. 국장, 과장, 계장 등도 2시간 강좌에 꼬박 참석했다.
아카데미가 진행될수록 군청 직원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국내 최고 수준의 유명 강사들에게 강의를 듣다보니 직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졌다. 지금은 장성군청 직원과 의회 의원들 모두가 교육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게 됐다. 현재는경기도청, 충북도청 등 전국 70여개 지자체에서 장성 아카데미를 배워갔다.
김흥식 군수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들은 기업 경영을 연상시킨다. 홈페이지 개설과 CI(County Identity, 이미지통일)작업도 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다. 게다가홍길동을 캐릭터화해 관광 상품으로 육성했다.
“기업체에서 17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기업 경영 방식을 많이 도입했어요.”
이런 확신으로 김 군수는 지금까지 장성군 500여명의 직원을 유럽과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보냈다. 택시기사들을 일본 MK 택시로 보내 최고 서비스를 보고 오게 했다.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해 가는 재가노인 복지프로그램, 농산물 브랜드 작업 등은 직원 교육의 결과물이다. 전국에서 장성군을 다녀가지 않은 지자체가 없을 정도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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