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의 법칙]
한국경제 BOOK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 2004-08-21 |
친구 다섯이 모이면 하는 일이 제각각이다. 기업의 CEO인 친구,보험영업을 하는 친구,기업의 부장급인 친구,작은 소매상을 하는 친구도 있다. 정치니 주식이니 애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고 듣다 보면 전략가가 아닌 사람이 없다. 전장의 장수나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스포츠 전략가나 또는 개인에게나 고금을 이어오며 지침이 되는 전략서가 손자의 병법이다.
최근 나온 경영자를 위한 손자병법 “불패의 법칙”(유기현 지음,21세기북스)은 손자의 병법을 CEO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전략경영을 강의해온 저자는 전장의 병법을 우리 시장경제에 들고 와 경영전략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손자는 “어진 군주와 현명한 장수가 움직이기만 하면 승리하고 남보다 우수한 공을 이루는 것이 탁월한 이유는 정보망을 통해서 적정을 먼저 알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정보원을 통해서 적의 정세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카드사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도 정보분석 과정에서 장기적인 문제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한 사례로 이 책은 바라본다.
아침형 인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다. 손자도 “아침에는 사기가 날카롭고,낮의 기는 해이하며,저녁의 기는 사라지므로 용병에 능통한 자는 적군의 사기가 왕성한 때를 피하고 해이하거나 나태한 때 공격해야 한다. 이것이 사기를 다스리는 방법이다”라 했으니 그는 이미 우리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 맥주업계에서 삿뽀르 맥주와 아사히 맥주가 쌍벽을 이루던 시대,아사히 맥주회사의 치밀한 전략계획 활동으로 삿뽀르 맥주회사는 3개 공장 중 1개 공장만 가동하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영업부장이 사장에게 2백만엔을 달라고 했다. 영업부장과 사장간에는 신뢰가 돈독했기 때문에 사장은 사용처와 이유도 묻지 않고 주었다. 이때부터 영업부장은 북부지역을 돌며 도쿄대 동창생들 중에서 지역유지로 성장한 친구들을 만나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1개월 후 회사로 돌아오니 2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 후 영업부장은 다시 2백만엔을 갖고 중남부 지역 동창생들과 삿뽀르 맥주를 마셨고,3개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됐다. 얼마 후 그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회사를 위해 마지막 살신성인의 전략을 펼친 것이었다. 그래서 삿뽀르 공장에는 창업주가 아닌 영업부장의 동상이 서 있다.
손자는 리더인 사장과 추종자인 영업부장 간의 신뢰에 바탕한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이미 기원전 6세기에 병서에 적고 있다.
요즘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밤잠을 설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승장은 막사에서 이미 승리를 예비하고 패장은 전장에서 겨우 승리를 도모한다는 이 책의 부제처럼 3대0으로 지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태워 3대3의 극적인 승부를 펼친 축구나 48승을 내리 한판으로 이겼다는 이원호 선수를 보며 손자의 병서에서 읽은 전략들에 고개를 끄덕여 보는 것도 늦여름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