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2월5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인간개발연구원의 첫 작품이 나왔다. 기독교의 조찬기도회 방식을 빌린 ‘인간개발경영자조찬회’의 첫번째 모임이 이뤄진 것이다.
산업심리학 및 인간의 심성과 잠재력 개발에 눈을 뜨게 해준 서울대 문리대 심리학과 정양은 교수와 서울대 경영대학원 마케팅팀 오상락 교수,대한재보험 대표 박은회 박사 등 세 분을 강사로 초청해 이뤄진 제1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기업인과 학자 등 불과 30여명만으로 단출하게 진행됐다.
막상 모임을 끝내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 열심히 기도하고 뛴 나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싶어 아쉽기도 했고 첫번째 모임치고는 그런 대로 성공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정말 확고한 신념이 가슴속에 번듯하게 자리잡았다. “오늘의 이 모임을 출발점으로 해서 인간개발연구원이 크게 성장하리라. 그리고 사회와 나라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많은 기여도 하리라”고 생각하니 힘이 솟구쳤다.
내 예상대로 2회,3회로 이어지면서 모임의 내용과 규모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도대체 인간개발이 뭔가 하며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제대로 개념을 정리하고는 ‘정말 유익하다’며 격려를 해줬다. 실제로 연구원 간판을 보았다는 사람들로부터 “인간개발이 도대체 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간개발이 아니라 인력개발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또 나와 제법 친분이 있는 사람이 “인간개발은 정신적으로 문제나 결함이 있는 사람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 아니냐”고 물어올 때도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 인간의 문제에 대해선 불모지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보다 많은 기업인에게 인간개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이들의 경영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런 일들은 또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연구원 운영도 운영이지만 이론적인 무장이 필요할 듯해서 많은 자료를 챙기고 공부를 하도록 했다. 특히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인간개발’을 연구하고 다루는 이들에게 기초자료가 되고 있는 폴 마이어의 이론과 기법을 꼼꼼하게 챙겼다. 재정적인 문제로 마이어의 ‘LMI(Leadership Management International)’ 한국지사를 한참 후인 1990년에야 세웠지만 나는 LMI를 인간개발원 운영의 기본 모델로 삼았다.
앞에서 연구원의 외적인 개요를 잠깐 말했지만 연구원을 관통하는 기본정신을 설명하는 데는 마이어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마이어는 리더십(Leadership) 성공(Success) 동기부여(Motivation) 등 자기개발의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인재 개발에 헌신하고 있는 인간교육의 선구자이다. 60년대 미국에서 LMI와 함께 ‘SMI(Success Motivation Institute)’를 설립,인간의 잠재력 개발과 목표 성취를 위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 전역과 세계 60여개국 이상에 23개국 언어로 번역돼 배포됐다.
‘목표 설정을 통해 성공에 이른다’는 원리를 세일즈 분야에 적용,20대에 백만장자가 된 그는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40여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저작물 판매액만 해도 20억달러를 넘는다.
수익의 50%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약속을 평생 지키고 있는 그의 성공은 성경의 ‘청지기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는 사업에서 은퇴하고 하나님을 증거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대학원 시절 저서를 통해 마이어에 빠졌고 이후 수차례 만나면서 존경심이 깊어졌다. 그의 인간교육에 대한 명쾌한 이론과 신념 뿐만 아니라 그의 깊은 신앙심은 나에게 너무나 좋은 본보기이다. 그가 받드는 “선인은 그 산업을 자자손손에게 끼쳐도 죄인의 재물은 의인을 위하여 쌓이느니라”(잠 13:22)는 말씀은 내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정리=정수익기자 [email protected]
정리=정수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