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많은 문제점 중에서 교육과 종교문제를 다룬 따끈따끈한 책 두 종을 동시에 톱으로 올립니다. 교육은 새삼 설명할 필요 없이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입니다.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는 한국학교교육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 저자가 쓴 가슴 아픈 교육현장보고서입니다. ‘감자탕 교회’는 금력과 권력의 상징이 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바탕에 깔고 새로운 교회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두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과 종교의 문제를 되새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감자탕교회 이야기/양병무 지음/김영사
예수도 욕을 한다. 그것도 “회칠한 무덤”,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라며 지독한 욕설을 퍼붓는다. 이 독설은 이방인이나 믿지 않는자를 향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하나님의 진정한 가르침은 외면한 채 겉다르고 속다른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을 향한 것이다. 예수를 안 믿는 것보다 그릇 믿는 것이 더욱 나쁘다라는 것은 사탄의 말이 아니라, 바로 예수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예수의 꾸짖음을 피할 수 있는 자,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신간 ‘감자탕 교회 이야기’는 서울 수락산 기슭에 있는 한 교회 이야기다. 5층 상가건물 3층과 5층에 세든 교회의 작은 간판이 1층에 세든 감자탕집 간판에 가리다 보니, 그렇게 부르게 됐다. 그 자그마한 간판에 쓰인 글씨가 광염(光鹽)교회이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소망을 가진 교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학자로 인간개발연구원 원장과 한국리더십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국의 여느 교회와는 확연히 다른, 광염교회 이야기를 전한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교인수 900여명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가 셋방살이를 고집하는 교회의 외형이다. 설립 10주년이 넘도록 셋방살이의 불편함을 견디며 건축을 끝내 외면하고 있는 모습은 교회의 사명이 마치 건축인양 집짓기에 매달리는 대다수 교회와 다른 모습임에 틀림없다.
이런 교회의 외형이 우연히 나왔을 리 없다. 이 교회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통장에 100만원 이상의 잔고를 남기지 않는, 가난한 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매주 수천만원씩 들어오는 헌금을 100만원만 남기고 쓰려니, 좋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1, 2월 들어온 헌금은 2억원. 여기서 장학금 3000만원, 캄보디아 대학건립 5000만원, 학사 건립 3000만원, 중국 정미소 건축에 1500만원, 설날 불우이웃에게 과일 700박스, 북한 동포에게 쌀 4t 등을 지원했다. 이렇게 돈을 쓰면서 교인들에게 헌금을 많이 내라고 부추길 리 없다. 오히려 사정을 돌아보지 않고 지나친 헌금을 하는 이에게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돌려주기까지 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에서의 경쟁을 지양하며 가난한 사람, 고난받는 이웃, 외국인에 대한 장벽을 없앴다는 것이다. 그 흔한 승용차도 없이, 적은 사례비를 받으며 가난을 실천하는 담임 조현삼 목사는 “가난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교사”라며 소외받는 이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목사와 교인이 서로 섬기며 ‘지금 여기서’ 천국의 모형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하다. 자신은 말씀과 다르게 행동하면서 걸핏하면 교인을 꾸짖기 일쑤인 목회자들은 “과거에는 교회에 갔다오면 기쁨이 없었다. 늘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광염교회에서는 힘이 생겨난다”는 교인의 고백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한계도 없지 않다. 경쟁과 외형 성장을 지양한다면서도 1만 가정 이상의 신도를 확보하고, 전도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소망에는 교회의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문제가 알게 모르게 녹아있다. ‘한국 교회는 하나다’라는 목사의 구호 뒤에는 한국 교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눈 감고,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모습도 보인다. 책에서 이런 한계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경제학자로, 종교문제를 리더십과 경영의 측면에서 풀어나간 저자에서 유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난받고 소외받는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를 소망하는 교회의 모습은 귀한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작품성★★★ 대중성★★★★)
/ 리뷰=김종락기자 jrkim@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김정명신 지음/동아일보사
제 또래의 자식들이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자못 충격적이었습니다.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현실이 이렇구나,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싶어서, 읽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같이 책을 본 한 후배는 한달음에 책을 읽고 난 뒤에 제 딸이 머지않아 중학교에 진학해야하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실로 무섭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변에 심심찮게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더군요.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 가족 모두를 외국에 보낸‘기러기 아빠’란 한국교육현실에 대한 절망을 표현한 또 다른 말일 겁니다. 혹시 이 책을 읽은 선생님들의 심기가 불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밀어 둘지도 모르겠습니다. 듣기 괴로울지 모르지만 같이 읽어보시지요. 동이라는 저자의 딸이 쓴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란 제목의 일기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매일 상복 입고 혼자 뒤돌아 칠판과 귓속말하는 선생, 수업시간 내내 자신이 내무부장임을 과시하는 선생, 한 시간 내내 가르쳐주지도 않은 고등학교 문제만 내다가 공책을 걷어가는 선생,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다가는 결국 책 한번 읽히고 종치는 선생, 몇 마디 하면 뒤돌아 울다가 갑자기 몽둥이 들고 와서 패는 젊은 남선생, 매일 전교에서 날리는 애들 그림만 손봐주는 선생, 수업하기 귀찮아 애들에게 발표만 시키는 여선생… 저 사람들이나 나나 지금 정말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책에 등장하는 시대착오적이며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에 대한 수많은 일화는 더 이상 옮기지 않겠습니다. 동이의 오빠 원이 이야기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원이는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열심히 적응해서 무난하게 지내는 아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조차 대입 수능시험에 관료제 사회에 관한 문제가 제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가 나오면 대다수 학생들은 서슴없이 ‘학교’라고 쓰고 싶을텐데 그럼에도 다른 답을 써야하니 얼마나 괴롭겠냐는 겁니다. 이쯤 되면 거의 ‘학교’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런 ‘학교모독’의 글이 너무나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오는 데 있습니다. 그럴 정도로 책에 등장하는, 학교 보내고 싶어하는 어머니와 학교 가고 싶어하는 아이, 그러나 그 아이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만드는 학교가 생생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책은 여성문화운동단체 ‘또하나의 문화’ 동인이자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김정명신씨의 자녀교육기입니다. 점잖게 말해서 자녀교육기이지, 사실은 한국 학교현실에 대한 현장고발입니다. 봐라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이 모양이다. 한국교육현실이 이 꼴이다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동이는 현재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제 삶을 어떻게 옮겨가야할지 암중모색중이랍니다. 그 동이에게 한 친구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답니다. ‘나는 학교를 거부할 용기가 없다. 잘못된 구조를 거부할 용기도 없다. 그 속에서 그냥 순응하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나.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고 싶다.’
이제 저는 ‘기러기 아빠’가 된 제 친구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왜 그렇게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는 일이 힘들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절망’ 그 자체인 한국 학교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책은 그 어떤 책보다 강력하게 교육현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작품성★★★★ 대중성★★★★★, 만점 5개)
/ 리뷰〓배문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