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물평/약력 21면 45판 1763자
“얼마전까지만 해도 GE코리아 사장이 됐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를 이렇게 키워놓고 보니 훌륭한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게 된 지금이 가장 기쁘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강석진(姜錫珍.63.사진) GE코리아 회장이 올해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30년간의 GE 생활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강회장은 1974년 GE 극동구매소장으로 GE와 인연을 맺어 81년부터 지난 5월까지 21년 동안 GE코리아 사장을 지냈고 5월부터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오랜 기간 CEO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21년 동안 그는 GE코리아를 150여배나 큰 회사로 키웠다. 81년 종업원 10명에 매출 2백60억원이던 기업이 지금은 종업원 1,100명에 매출 4조원,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표적인 외국기업으로 컸다.
강회장이 이같은 성과를 이룬 것은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한국 법인에서도 성공적으로 응용했기 때문이다. 강회장은 “GE가 세계적 기업으로 큰 것은 구조조정을 잘해서라기보다 배타적이고 관료적인 기업문화를 바꾼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속도’를 중요시하는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강회장이 소개한, 잭 웰치 전 회장을 처음 만났던 때의 일화다. 잭 웰치 회장은 80년초 회의에서 처음 만난 강회장에게 당시 강회장이 추진하고 있던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기술적 보안문제 등에 대해 즉석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강회장은 “내 보고서를 정확히 읽어봤으면 그런 걱정은 안 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질문에 조목조목 답했다. 그러자 웰치 회장은 그 자리에서 “좋다. 하자”며 흔쾌히 사업을 허락했다.
강회장은 “잭 웰치는 자기 의견을 가진 사람을 존중해주고 항상 난상토론을 즐겼다”며 “이러한 열린 조직문화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경영 현장을 떠나게 된 소감에 대해 강회장은 “이제 편한 마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30년간 미술가로도 활동해온 그는 풍경화 등 자신의 작품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그림을 좋아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힘쓸 생각이다.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벤처에 전수하라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컨설팅 회사에도 참여한다.
5일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강회장은 그동안 자신을 지켜본 많은 지인과 기업인들 앞에서 ‘세계 최고기업 GE와 함께 한 30년’이란 주제로 사연 많은 인생 역정을 들려줬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노해 시인은 강회장의 삶에 대해 “예술적 감성으로 경영을 해온 강회장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사람”이란 찬사를 보냈다.
동석한 조순 박사(전 한국은행 총재)는 “잭 웰치 회장보다 강회장이 낫다. 웰치 회장은 크고 부자인 나라에서 기업을 인수한 것이지만 강회장은 가난한 나라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박사는 “웰치의 경영방식은 돈 버는 데에만 몰두했을 뿐 사회에 대한 기여나 도덕성 등 정신적 가치 측면의 깊이는 없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임영주 기자 [email protected]
▲1964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
▲66년 연세대 대학월졸(공업경영학 석사)
▲8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수료
▲74년 GE 극동구매소장,GE한국지역 사업개발 및 전략계획 담당상무
▲81년~ GE코리아 사장
▲2000년~서울대 경영대학원 초청교수
▲2002년5월~GE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