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민은 有無나 好惡 아닌 多少
쉬쟌이 중국 길림시장
“귀국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태극기와 무궁화의 단정하고 장엄하며 성결한 기운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우리는 뜨거운 7월의 서울과 만나면서 넘쳐흐르는 생기와 용솟음치는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림성 제2의 도시인 길림시(吉林市)의 수장을 맡고 있는 쉬쟌이(徐建一) 시장은 한국에 대한 찬사부터 늘어놓았다. 그가 이렇게 심하다싶을 정도로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 기업의 길림시에 대한 투자 유치가 방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길림시와 길림성에 대한 소개가 강연의 전반부를 채웠다.
“강성(江城)이라는 또 하나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길림은 송화강 중류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수많은 거대 도시 중 하나인 길림은 역사와 문화의 측면에서도 유명한 도시이지만 산업과 무역의 측면에서도 갑급(甲級) 규모로 개방한 동북3성의 중요한 공업도시로 분류돼 왔다. 길림은 특히 근년에 와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수한 관광도시(觀光都市), 국가적 원림도시(原林都市), 모범적 녹화도시(綠化都市), 대표적 매력도시(魅力都市), 최적의 상업도시(商業都市) 등이 바로 최근 길림시가 획득한 영예로운 칭호들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해 8월 ‘중국 내륙에서 공장을 설립하기 좋은 도시’를 발표했는데, 길림이 수석을 차지했다.”
쉬쟌이 시장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길림시의 부지 면적은 2만7120㎢에 이른다. 행정적으로는 4개 구, 5개 현과 현급 시, 1개 국가급 첨단신기술 산업단지와 11개의 성급 경제개발구를 관할하고 있다. 총 인구는 450만명인데, 그 중 도심에 사는 인구가 198만명이라고 한다.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길림이라는 도시가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물과 전력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길림시 지역에는 수계(水系)가 매우 발달해 있는데, 수자원 총량이 170억㎥에 이른다. 중국 평균 수준의 1.8배, 북방 평균 수준의 5.4배이다. 실제로 길림 관내에는 백산, 홍석, 풍만 등 3개 계단식 수력발전소와 2개의 큰 화력발전소가 돌아가며 400만㎾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하자원도 풍부한데, 지금까지 발견한 광산자원만 171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니켈, 몰리브덴, 유모 혈람(oil shale), 올리브보석(감람보석) 등 9개의 광물 매장량은 전체 중국에서 10위권 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길림시를 자연자원만 풍부한 도시로 보면 안 된다는 게 쉬쟌이 시장의 설명이다. 그는 길림시가 우수한 자연자원, 교통시설, 산업시설, 노동자원 등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투자와 창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 도시로 변모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우리 중국 정부는 2003년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등 동북3성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계획, 즉 동북노공업기지진흥전략을 발표했다. 왕운곤 길림성 서기장은 이를 ‘연해경제특구 건설, 포동신구 개발, 서부 대개발에 이어 21세기 초에 전개될 최고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동시에 해방 전후 중국의 최대 공업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낙후돼 있었던 만주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도 길림시의 우세하고 핵심적인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결과에 입각해 강대한 공업도시와 투자도시 건설전략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의 등록, 프로젝트의 심사와 비준, 토지와 노동력과 사회보장 등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이 실시되고 있다.”
한편 강연이 끝난 뒤 진행된 질의 시간에 중국 정부가 처음에는 한국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등 우대하다가 나중에는 방관하거나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쉬쟌이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는데, 그 말미에 붙인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내자기업이나 외자기업이나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외자기업의 경우에는 현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 초기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지원이 끝난 것을 가지고 차별이라고 하면 안 되거니와, 중국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으며 발전하겠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도리어 중국에는 3가지 단계의 문제가 있다. 1단계는 ‘있다(有)’와 ‘없다(無)’이고, 2단계는 ‘많다(多)’와 ‘적다(少)’이고, 3단계는 ‘좋다(好)’와 ‘나쁘다(惡)’이다. 길림시는 적어도 1단계는 넘어서고, 2단계의 문제를 고민으로 안고 있다고 본다.”
‘중상(重商), 친상(親商), 부상(富商), 안상(安商)의 정책을 펼치는 나라'(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이날 강연 총평 중 사용했던 표현)의 관료다운 발언이었다.
정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쉬쟌이 시장의 이력서
▲ 길림공업대학 졸업
▲ 길림성 자동차공학학회 회장
▲ 중국 자동차공학학회 부이사장
▲ 장춘시 과학기술협회 부주석
▲ 길림성 과학기술협회 부주석
▲ 중국 디젤엔진공업협회 부이사장
▲ 길림성 기계공학협회 부이사장
▲ 중국 기계공학학회 부이사장
▲ 길림성 상표관리협회 부이사장
▲ 중화상표관리협회 부이사장
▲ 길림성 성장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