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오늘 시사자키 주말 순서에서는 조순 한국인간개발연구원 명예회장을 모셨습니다. 경제 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초대 민선 서울 시장을 역임했고, 또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서 많은 족적을 남겼는데요, 현재에도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그리고 인간개발연구원 명예 회장을 맡아서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요새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또 오늘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순 전 한은총재
◎ 사회/정범구 박사>
오래된 조사 결과지만 젊은이들에게 중매와 주례를 부탁하고 싶은 사람을 조사했더니 1위로 뽑히셨다.
◑ 조순 회장>
중매는 최근에 와서 많이 없어졌고, 가끔 그런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1928년생이시니까 78세이신데, 건강을 유지하시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 조순 회장>
등산을 자주 하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산신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데 흰 눈썹 때문이 아닌가.
◑ 조순 회장>
부총리를 하고 있을 때 내가 봉천동에서 관악산을 넘어 과천 청사로 출근하곤 했다. 머리와 눈썹이 흰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니까 산신령이 왔다고 신문기자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괜찮은 별명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인간개발연구원에서 명예회장을 맡고 계신데 목요일 아침마다 조찬 강좌를 한다고 들었다.
◑ 조순 회장>
그렇다. 인간개발연구원이 올해 30주년이 된다. 그동안 매주 한 번도 빼지 않고 1360회가 넘는 강좌를 했다. 이 모임은 장만기 회장이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사회가 되고, 경제ㆍ정치도 좋아진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해 보자.’ 그래서 이것을 만들어 매주 토론회를 하게 된 것이다. 또 내가 정치를 그만두고 있으니까 나에게 명예회장을 해달라고 해서 강연이 끝나고 나면 코멘트를 한마디씩 한다. 그래서 정리를 하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한마디씩 하고 이렇게 하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최근에 자료를 보면 오기소 이치로 한국 토요타 사장이 나와서 강연한 것을 조순 명예회장께서 논평하셨을 때’일본의 잃어버린 10년’그것과 한국을 비교할 때 우리와 일본의 경제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을 하셨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 조순 회장>
같은 점, 다른 점 두 가지 다 있다. 같은 점은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한 때에 고도성장을 시작 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일본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 고도성장에 진입을 했다. 한국은 1960년대가 돼서 비로소 박정희 정권 때 본격적으로 1차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시발로 해서 고도성장을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의 모양과 일본의 모양이 비슷하다. 한국이 물론 뒤로 쫓아가는 형국이였지만 산업구조, 수출구조도 비슷하고, 고도성장을 이룩한 정부의 역할이 두 나라 다 정부 주도형 성장이라는 점도 비슷한 점이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일본과 한국은 글로벌화 시대가 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두 나라는 국경 안에서는 잘하는데 개방을 하면 잘 맞지 않는다.
최근에 와서 일본은 좀 나아진다고 하지만 사실 뚜렷한 것이 없다. 아직도 디플레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하다가 IMF를 맞았다. 그 후로부터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도 ‘잃어버린’ 이렇게 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잘 안된 97년이니까 7~8년 정도 됐는데 거의 잃어버린 표현이 적당하다 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은 일본처럼 디플레가 아니고 아직도 약간 인플레고, 일본처럼 침체가 심하진 않다. 그것이 좀 다른데 워낙 두 나라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일본처럼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일본식 기업경영은 회사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반면 중국은 개방적인 기질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그렇게 보면 나라마다 그 나라에 적합한 기업문화가 있고, 풍토가 있다는 느낌인데, 우리 기업들이 갖는 장점이나 잠재력은 어디 있다고 보는가.
◑ 조순 회장>
우리 기업은 사실 일본처럼 폐쇄적이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일본과 중국의 반반쯤 갈 수 있다고 본다. 해외진출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기업의 이노베이션이 활발하다. 일본도 자기 국내에서는 잘한다. 토요타가 국내에서 기술개발을 해서 지금도 외국에 진출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다시 도약을 하고 있다. 다른 성격을 가진 기업가들의 활동이지만 우리 기업들 잘하고 있다고 본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일본기업에 비해서 우리 기업들은 훨씬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이라고 평가하시나.
◑ 조순 회장>
그렇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와서 장점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많은 분들은 역시 경제학자 조순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관직도 하셨지만 정치도 하셨다. 또 한나라당 당명을 만드신 분이 조순 총재였고, 민선 서울 시장도 하셨는데 정치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 없었나.
◑ 조순 회장>
일체 후회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한다. ‘조 박사가 정치에 안 들어갔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구나!’ 정치를 알아봤다. 이것이 하나의 교육이고, 사실 그것이 학문이다. 다만, 그것을 함으로 책 한두 권 덜 쓰게 됐고, 그것이 대가라면 대가지만 사회과학 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적극적으로 현실 참여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관직 경험을 통해 과거의 학자로서 얻었던 지식이 많이 넓어지고 풍부해졌다고 생각하는가.
◑ 조순 회장>
그렇다. 그뿐 아니라 ‘아하! 이런 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있으나 마나 한 이론이구나’ 이런 것에 대한 안목은 훨씬 좋아졌다.
◎ 사회/정범구 박사>
경제학계에서 조순 문하생들이 있는데, 과거의 제자들과 지금도 토론이나 의견교환을 하는가.
◑ 조순 회장>
그렇다. 제자라고 해도 성향이 각기 다르다. 쉽게 말하면 지금의 정부와 가까운 사람도 있고 먼 사람도 있고, 아예 정치문제를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고 다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친할만한 사람들은 다 친하고 정부에 있던, 정부와 반대된 입장에 서던 관계없이 다 잘 만나고 교우하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애제자라고 할 수 있는 분 중에 한 분이 정운찬 서울 대 총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 조순 회장>
아주 잘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심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런데 학자로서는 행정직을 맡는다는 것이 손실이지 않나.
◑ 조순 회장>
그런 경우는 있다. 정운찬 총장도 그런 대가를 지급하고 있지만 또 사회과학을 했던 사람의 배운바 지식과 소양을 학교를 위해 쓰는 거니까 그 자체가 하나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초대 민선 서울 시장 재임 중에 스스로 평가하시기에 ‘이건 내가 잘한 일이다’ 하는 것과, ‘이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 있다면.
◑ 조순 회장>
당시 정말 헌신적으로 했고, 지금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수대교, 당산철교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너진 성수대교 다리를 본래 서울시는 보수만 하려고 했던 것을 내가 전반적으로 다 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연히 부서진 것이지 다른 곳도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시공했는데, 나중에 또 이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 때문에 외국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해보니 역시 시장의 말이 옳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산철교는 아주 잘했다고 보고 있다.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설계를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애를 썼다. 여의도 공원 같은 경우도 반대가 많았지만 해 놓으니 좋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시민대학도 만들었는데, 내가 오래 있었다면 아주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민들한테 강연도 하고, 토론도 하고 해서 시민들의 질을 높이는…시민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 사회/정범구 박사>
후회되는 점은 없으신가.
◑ 조순 회장>
실토인데, 내가 장관을 좀 더 오래 했으면 좋았을 텐데 특히, 내가 한은 총재를 확고하게 오래 했더라면 IMF를 맞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MF를 맞았다고 하는 것은 큰 불행이다. 그래서 그런 점이 아쉽다.
◎ 사회/정범구 박사>
한은총재를 맡으신 게 92년~93년까지니까 IMF 오기 4~5년 전인데.
◑ 조순 회장>
그때의 정책이 자꾸만 IMF를 맞는 방향으로 많이 갔다. 기본적으로 지나친 성장 정책 구조조정을 결국 외면한 면이라든지, 그러나 그 당시의 정부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한국 국민의 관념이 대체로 그랬으니까 그것에 따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통화량을 아주 굳건히 지켰다. 당시에 여러 가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것이 옳다고 봤다
◎ 사회/정범구 박사>
요새 정부의 재벌 정책을 둘러싸고 재계하고 정부와 논란이 뜨거운데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를 둘러싸고 오히려 공정거래 위원회가 재계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형편이고, 여당도 이 부분에 대해 정책이 과거보다 후퇴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의 경우는 어떻게 보는가.
◑ 조순 회장>
완화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본래 우리는 제한이 많은 편이다. 그것은 예전처럼 냉전 시대 때 우리 국경 안에서 우리가 모든 걸 할 수 있었을 때라면 형편의 문제를 보고 재벌규제를 약간 심하게 해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세계 경쟁에 우리가 돌입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기업들은 묶어 놓고 외국사람들은 마음대로 활동을 하게 하였고, 이렇게 됨으로써 결국 우리나라 주식 같은 것이 시가총액으로 유명한 기업들은 70%까지 외국 사람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서울에 주요 빌딩을 외국 사람들이 많이 샀다. 그렇다고 외국사람들을 우리가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가 옴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온다든지, 새로운 공장이 세워진다든지, 여기 고용이 늘어난다든지 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소위 재테크를 해서 자꾸 어떤 실물 부분의 보탬 없이 투기 자본화하는 우리나라의 재산이 어떻게 보면 유실이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좀 더 자유롭게 약간 경제력 집중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현실로 봐서는 무난하다고 본다. 경제정책이라는 것도 국제 정세가 어떻게 되느냐, 말하자면 지금 현재의 경제 활동이 어떻게 되느냐 이것을 감안해서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벌이라고 하는 것을 무조건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비신축적인 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몇 년 전으로 돌려보면 우리가 IMF를 맞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재벌들의 무리한 확장 즉 전부 은행 돈 갖다가 경쟁력 없는 것까지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IMF를 맞게 된 것 아닌가.
◑ 조순 회장>
그렇다. 내가 한국은행총재 할 때도 그런 것을 막기 위해 사실 긴축하고, 통화량을 억제하고, 금리를 높이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무작정 재벌이 그전처럼 시설확장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재벌의 지배구조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고 그런 버릇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얼마 전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재벌들의 소유지분을 공개했다고 해서 전경련이 심하게 반박하고 그랬는데 어쨌든 정부 발표자료를 보면 불과 2%~3% 정도의 지분을 가진 소위 오너들이 몇십 개 계열 기업들을 장악하는 이런 것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점에서 소액주주 집단소송제법이 시행되지 않았나. 이런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조순 회장>
그것도 좋은 일이다.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냥 단순하게 투명성이라든지 공정성만 강조해서 기업이 이끌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단체를 막론하고 단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그러나 강하게 이끌어나가야 기술 개최도 되고, 또 투자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기업도 성장하고 나라 발전에 보탬이 되고 그런다. 그래서 요는 자본주의 경제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앞장서서 잘 만들어야 한다. 만들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무난한 방향이 이라고 본다. 지나치면 곤란하겠지만.
◎ 사회/정범구 박사>
인간개발연구원의 목요아침 강좌에서 주요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하시는데 예를 들면 한국 기업의 특유한 경영 문화 잭 웰치 경영론 같은 것이 한때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조순 선생님께서는 그것도 우리 현실에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 조순 회장>
잭 웰치 같은 경영방법은 미국의 경우를 봐서는 단기적으론 좋다. 왜냐하면, 주식가격을 올릴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를테면 인수합병도 마음대로 하고, 주식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잭 웰치의 방법이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좋다. 회사에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한테는 매우 큰 이익이 되고,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인식 되기 때문에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자본주의를 꼭 좋게 만드는 것이냐 상당히 운이라고 보고 있다.
잭 웰치가 제너럴일렉트릭(GE)를 어떻게 만들어놨느냐 하면 과거에 토마스 에디슨은 회사가 주로 전기, 이런 방향으로 크게 만들었다. 지금은 금융이 50%를 넘게 되었다. 크게 보면 하나의 금융에 치중하는 경영 방법이었다.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지 의심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결국, 우리 여건에 잘 맞는 문화가 있고, 경영 기법이 있다는 말씀이신데.
◑ 조순 회장>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 외국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참고는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닮아 가려고 한다. 미국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한테 좋은 것이 아니고, 중국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한테 좋은 것이 아닌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우리는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것을 곰곰이 생각해서 과감히 추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 회사 경영이고, 정부의 관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여론이 많이 갈렸었는데 헌법 재판소가 그 문제를 위헌 판결을 내려서 원점으로 왔다. 문제는 수도권 단체장들이 다 반대를 했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원론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 조순 회장>
사실, 법률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것이 좋은 정부 정책 방향이었는지는 별도로 하고, 그러나 일단 위헌이라고 해서 정부는 본래 계획대로 하지 못하게 됐는데, 과연 정부기능을 전국적으로 분산 하는 것이 정부 업적에 보탬이 되며, 국민의 경제나 그 밖에 여러 가지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이것을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
◎ 사회/정범구 박사>
한나라당 당명을 만드셨는데 최근에 한나라당 내에서 한나라당 개혁 논의에 하나로 당명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한나라당과 어떤 관계가 있으신가?
◑ 조순 회장>
일체 없다.
◎ 사회/정범구 박사>
당명을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조순 회장>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썩 마음에 드는 당명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때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꿀 때도 얘깃거리가 많았다. 우리나라 말이라는 것도 있지만 뭔가 정당 이름으로는 적합한 것이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 조순 회장>
그 때 사무총장을 하던 김태호 총장이 당명을 하나 생각해 달라고 했고, 생각한 끝에 뭐라고 했느냐면 당을 빼고 ‘한나라21’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김태호 의원이 ‘글쎄 입니다.’ 그래서 내가 당명을 여러 가지 생각해서 만들어 오라고 했다. 그래서 가지고 온 것이 선진 민주당, 선진 한국당, 선진 신한국당 이런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별로인데 좌우지간 어떤 것이 좋겠느냐고 하니까 아직 더 있어야겠다고 하면서 조금 있다가 가지 온 것이 한나라21보다는 한나라당이 좋을 듯하다고 했다. 내가 한나라 21이라고 한 것은 21세기 한나라, 큰 좋은 나라 이런 것이었지 한나라당 이라고 한 것은 내 안이 아니고 한나라 21은 내 안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정치는 완전히 손을 떼신 건가.
◑ 조순 회장>
그렇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럼에도, 뒤돌아보실 때 학계에서만 있었던 것보다 현실에 참여했던 것이 학자로서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생각을 하는가.
◑ 조순 회장>
그렇다. 우리나라를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와 민심을 이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과학을 한다고 하는 것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어떻다는 것을 유추해서 미국이나 일본, 중국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 사회/정범구 박사>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실제로 며칠 전에 정부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봐도 우리 국민의 93% 정도가 빈부차가 심하다는 얘기를 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서도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 이런 논쟁이 아직도 계속 되는데 정부의 그런 경제 정책 기조를 어떻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 조순 회장>
우리나라의 분배 문제가 심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누구든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국민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또 그렇게 치닫고 있다. 근데 문제는 뭐냐 하면 글로벌 시대라고 하는 이 시대가 그렇게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우리도 미국, 일본, 중국도 어찌해 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세계적인 문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분배정책이라는 것을 주로 들고 나온다고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속도를 같이 뛰면서 뭔가 개선하려는 것을 해야지 분배를 아주 중요시한다면 방법은 없다.
그리고 효과도 별로 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분배정책이라는 것을 추진해서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 과정에서 성장이 뚝 떨어지면 분배도 안 되고, 성장도 안 되고 경제는 주저앉는 이런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분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또 극빈자도 많이 생기고 있고, 또 사회질서 속에서 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발휘 못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처지는 감안해야 하지만 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최근 들어 몇 가지 인사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김진표 경제부총리 출신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했는데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조순 회장>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말씀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교육이라는 것을 평가 할 때 산업적인 시각에서 하는 것은 옳은 얘기다. 즉 교육산업이다. 이를테면 교통도 하나의 산업 교통 산업 이런 식으로 하면 그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인지 또는 대학이 산업과 연결을 해서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런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로 부드러운 표현은 아니지만 그것도 일단 이해를 해 주는 방향으로 하고, 새로 된 교육부총리 그것도 ‘경제학자가 왜 교육 부총리를 맡느냐?’ 이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요새 하시는 일 중 하나가 민족문화추진회 단체 회장직을 맡고 계신데 여기서 주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 조순 회장>
민족문화추진회가 올해 40년이 된다. 본래 월탄 박종화 선생, 이병도 박사 이런 분들이 만든 단체다. 40년 동안 지금처럼 꼼꼼히 한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단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한문의 본산이라고 보면 된다. 거기서 우리나라의 한문으로 된 문헌을 번역하고, 일부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을 교육도 하고,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안 하면 많은 문헌들이 아무 소용없게 되는 것이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러면 민족문화추진위원회에서 한문과 관련된 일, 가령 고전을 번역하는 일을 하는가?
◑ 조순 회장>
그렇다. 이를테면 왕조실록을 한지는 오래됐고, ‘일성록’, ‘승정원일기’ 라든지 그 다음 여러 문집, 그리고 정부의 여러 가지 기록 이런 것들을 번역해 참 잘하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정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가?
◑ 조순 회장>
교육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최근에 광화문 현판 복원 문제가 나오는데 경복궁을 복원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광화문 현판도 원래에 가깝게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조순 회장>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광화문이 본래 없었던 것을 하나 만든 것 가지고 복원이라고 했는데, 복원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 것 그대로 가급적 마찬가지로 하는 것이 복원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옛날 것을 가급적 그 모양을 갖추게 하는 것이 복원이다.
그렇다면, 광화문의 생명이라고 하는 것이 현판인 것처럼 현판도 옛날식으로 해야지 아주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본다.
◎ 사회/정범구 박사>
이 문제가 처음엔 간단한 문제였던 것 같은데 점점 복잡해지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화문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자를 철거하고 대신에 과거 정조의 글자를 비문에서 집자(集字)를 해서 하겠다는 것도 정치적인 고려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
◑ 조순 회장>
그렇게 얘기하면 한이 없다. 매듭을 지어야 하다. 우리나라는 어떤 버릇이 있느냐면 하나도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 없다. 이래서 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이를테면 일정 시대 때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다. 또 6ㆍ25사변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시대는 흘러간다. 그러니까 옛날 것이 전부 새로 튀어나오게 된다.
뭔가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혼란과 반목과 질시와 분열이 계속 되고 있는 것처럼 광화문을 복원 한답시고 엉뚱한 글씨를 갖다 놓는다면 이론이 끝나는 것이다. 그것을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그렇게 얘기하기 시작하면 광화문을 부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진행:정범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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