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얘기 입밖에도 내지마라”
[조선일보 방현철 기자]
이정우(李廷雨)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대학시절 스승인 조순(趙淳) 전 부총리에게서 “분배 얘기는 입 밖에도 내지 말아라”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8일 공개된 이 위원장의 지난달 21일 ‘참여정부에 대한 이해와 오해’ 강연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부총리는 강연을 주최한 한국인간개발연구원 명예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강연이 끝난 후 “학자가 얘기하는 것과 직함이 있는 사람이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며,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행동하라”고 충고했다.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은 1975년 설립된 민간 비영리단체로 매주 목요일 유명 인사를 초청해 조찬 강연회를 열고 있다.
이 위원장은 강연에서 자신은 분배론자가 아니며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한 것뿐이며 참여정부도 좌파라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은 중도파라는 취지로 강연을 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런 강연이 다시 있을 때에는 오해를 해명하려 하지 말고 ‘앞으로 이러한 것을 한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오해하고 있는 이유는 사실 불신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논쟁을 하면 할수록 불신이 많아지고 국론이 분열되므로 좌·우파 모두 앞을 보는 자세를 가지고 과거를 잊어줬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과 조 전 부총리는 대학시절의 인연을 한 가지씩 소개하면서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대학에 들어가서 첫 강의가 조순 선생님의 경제학원론이었다”며 “당시 문제가 ‘입시지옥에 대해 논하라’여서 당황했지만 나중에 짐작하니 교육에서 ‘수요·공급의 원리’를 묻는 문제였던 것 같아 교수 시절 가끔 시험에 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 위원장에 대해 “당시 경제원론 책을 쓸 때 5명이 도와줬는데 이 위원장만 2학년이었고 나머지는 상급생이었지만 이 위원장이 써온 부분은 고칠 곳이 없었다”며 “이 위원장은 머리가 좋을 뿐더러 진지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방현철기자 [ bangh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