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신년기획 지방선거, 총선보다 중요하다 <중>
강원도 태백시는 ‘날씨‘를 파는 도시다. 3선인 홍순일 태백시장은 1990년대 중반 ‘폐광으로 쇠락한 태백이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해발 700m의 고지대, 태백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 지역 기후가 심폐 기능 및 지구력.근력 강화에 적합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태백은 여름 평균기온이 19도 내외로 서늘하고 모기도 없다. 이에 착안해 홍 시장은 태백을 스포츠 도시로 가꾸기로 했다. 97년부터 종합운동장, 체육관 등 스포츠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여름에 각종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했다. 그 결과 태백은 지난해 여름에만 운동선수 등 21만 명의 체육인이 찾아 136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낳을 만큼 스포츠 명소로 떠올랐다.
이처럼 성공한 지방정부 뒤엔 성공한 단체장이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일보가 최근 3년간 각종 행정서비스 평가에서 상을 받았거나 3선 연임을 한 일선 시장, 군수, 구청장들을 상대로 성공한 기초자치단체장의 조건을 탐색했다. 그 결과 성공한 단체장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기업의 경영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CEO이자 행정 세일즈맨이었다.
<성공한 단체장의 다섯 가지 특징>
1. “교육에 투자하라“
김흥식 전남 장성군수는 매주 한국사회 리더들을 초청, “장성아카데미“라는 강연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무원들에게 국내외 연수 기회도 제공했다. 그 결과 10년간 각종 행정평가에서 상을 휩쓸어 총 100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2. “설득은 나의 힘“
성공한 단체장은 설득 전문가다. 주민투표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한 백상승 경주시장은 ‘현실적으로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을 찾아 설득의 재료로 제시했다. 솔직하게, 정성스럽게, 끈질기게가 요령이다.
3. “브랜드를 창조하라“
돈이 보인다. 자기 고장의 진정한 특성을 찾아내라. 관광객이 몰려온다. 함평 나비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등 성공한 지방축제는 지역 고유의 감성과 환경을 상품화한 사례다.
4. “네트워크로 무장하라“
단체장은 정부, 기업 등을 상대로 예산을 따내고 투자를 유치하는 세일즈맨이다. 그래서 인적 네트워크를 국내는 물론 세계로 넓혀야 한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도시나 주한 외국공관들과 끊임없이 교류한다.
5. “현장에 서라“
거기에 답이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현장 주민의 생활 속에 실마리가 있다. 홍순일 태백시장은 1990년대 말 정부의 폐광지역 지원책을 끌어내기 위해 주민 시위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 특별취재팀=전영기(팀장).이재훈.양영유.김창규.전진배.이가영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