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8월 01일 [Economy21 160호]
[컴퍼니] 한국자금중개, 면세금 중개업무 개시
글 이승철 기자 ([email protected])
금 유통 ‘음지에서 양지로’
콜 자금과 외환, 채권 중개를 담당하는 한국자금중개가 7월14일부터 면세금 중개업무를 보탰다. 국내 처음으로 금 중개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는 정부가 7월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2년간 수입금에 부과되던 10%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어우러진 결과다. 정부는 고질적인 금 밀수와 이로 인한 이중가격 형성 등 왜곡된 금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세수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면세 조치 및 면세금 중개시장 허용이라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금 중개시장이 10월로 다가온 시중 은행들의 ‘골드뱅킹’ 도입과 제대로 맞물린다면, 국내 금 유통시장은 머지않아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가세 면세는 부유층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유통 과정에서만 면세가 적용된다. 개인에게는 아직 면세금 거래가 허용되지 않고, 주로 종합상사와 세공업자, 은행 등이 면세금 거래에 참여한다. 7월부터 면세금 거래를 하려면 추천 기관에서 거래 추천부터 받아야 한다. 추천 기관은 한국자금중개를 비롯해 은행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4곳이다.
아직은 과도기, 8월 중순부터 거래 늘 듯
국내에서 한 해 실거래되는 금의 양은 약 300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 밀수 등 비정상적 경로로 유입되는 양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수입되는 양은 200톤 정도다. 한국자금중개 골드팀은 “연간 120톤 규모의 면세금 중 직거래 물량을 빼면 하루 300kg을 우리가 중개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를 통해 중개기관이 챙기는 중개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045%로 정해졌다. 1kg당 수수료가 1만2천원 정도이므로, 연간 10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아직 외환 거래처럼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면세금 중개 업무가 시작된 이후 하루 거래량은 70~80kg 정도로, 무척 부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우진 골드팀장은 “그 이유는 거래업체들이 아직 새 중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25일 부가세 확정 신고와 여름휴가 기간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8월 중순부터나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거래가 뜸한 것은 무엇보다 면세금과 기존 과세금이 시장에 혼재되어 있는 과도기적 상황 탓이 크다. 7월24일 현재 면세금 거래가는 1g당 1만4200원(관세 3% 포함)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 가격의 104% 정도다. 반면 국내 시장가는 6월까지 들어온 재고가 꽤 쌓여 있고 유통 물량도 적은 탓에, 수입가보다 좀 낮은 수준이다. 이우진 팀장은 “6개월 정도만 지나면 이런 상황이 해소되면서 양쪽 가격이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금 중개시장이 등장함으로써, 뒤죽박죽인 시중 금 유통시장에서 기준 가격이 정립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금의 화폐로서의 기능이 강화되려면 투명한 가격 결정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량 수입되는 면세금 가격은 국제 시세와 환율에 연동되고, 여기에 수입상의 일정 이윤이 더해져서 결정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3~5개 대형 도매상이 하루 한두 번 고시하는 가격에 좌우된다. 이들 도매상은 독점적 지위에서 생기는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시장 가격이 국제 시세에 연동되지 못하고 한번 오른 가격은 좀체 떨어지지 않는 등 제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금 유통 투명화…기준 가격 형성에 일조
한국자금중개 골드팀은 일단 현물 기준 가격이 형성되면 선도거래도 자연스레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부산선물거래소에는 금 선물이 유일한 상품선물로 상장되어 있지만, 현물거래가 정상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탓으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금 중개시장은 금융기관이 골드뱅킹을 도입하면서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골드뱅킹에는 금 적금, 골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금 적금은 고객이 매달 적립한 돈으로 은행이 금을 매입, 매각, 관리해 주는 투자 상품이다. 골드론은 주로 세공업자들이 금을 은행에서 대여, 사용한 뒤 나중에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금값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사서 되갚는 상품이다. 이우진 골드팀장은 “10월에 도입될 예정인 시중은행의 골드뱅킹도 모두 면세금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외국에는 흔한 금 연동 주식, 채권 등 파생 상품도 국내에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뷰/이두호 한국자금중개 사장
“전자결제 도입…과세금 중개도 염두”
재무부 이재국과 재정경제원 기업경제과장, 부총리 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2002년 한국자금중개 사장에 취임한 이두호(59) 사장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의 금 거래소를 둘러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의 의도는 국내 금 유통량을 크게 늘려, 간접적 외환보유고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중개업무를 추진한 배경은?
미국 등 선진국은 외환보유고의 50% 전후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최후의 외환리저브는 금이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 0.1% 수준으로 더 늘려야 한다. 금은방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서 보듯 소비자의 금 수요도 증가 추세인 만큼, 금의 화폐 기능을 높여야 한다. 때마침 정부가 부가세 면제를 통해 유통 및 세제상 질서를 개선하려는 방침과 맞아떨어졌다. 시스템이 안정되고 거래량이 많아지면 금 중개에도 외환거래처럼 전자결제 방식을 도입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과세금 중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선도거래 등 파생상품 시장에 미칠 긍정적 기능을 강조하는데?
외국에는 금은 물론이고 원유, 전력, 기후(보험) 등 거래 상품이 다양하다. 우리도 아시아 금융허브로 나아가려면 중개시장이 발전해야 하고, 특히 각종 파생상품이 나와야 한다. 파생상품 발전이야말로 금융시장 발전의 척도다. 지난해 국내 외환거래량의 60%가 파생 거래였다. 이는 85% 수준인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금융중개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10년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이던 중개회사들이 금융의 ‘IT화’를 거치면서 통폐합됨에 따라 현재 10여 개로 줄었고, 3~4년 뒤에는 5개까지 감소할 것이다. 이들은 컴퓨터 네트워킹을 통해 24시간 거래한다. 국내 중개회사가 2곳인데, 살아남으려면 이들과의 상호투자 등으로 세계시장에 깊숙이 편입돼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체로 성장해야 한다.
최근 환율하락 추세를 어떻게 보나?
미 경기회복 부진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량 유입되는 등 2가지 이유 때문에 원화가치가 많이 올랐다. 단기간 등락이 심한 것이 걱정스럽지만, 더 이상 추가하락 없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투기세력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하루 25억~30억달러 거래 중 기업의 실수요 거래와 투기성 거래가 반반 정도다. 그중 NDF(역외선물환)를 통한 차익 거래는 헤지 거래이지, 투기 거래라고 볼 수 없다. 원화가 공격받는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