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 마음속에 시기와 질투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너무나도 가난한데 사촌은 땅까지 사고 있으니 배가 아플 만하다.
그런데 이제는 옛날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자가 된 셈이다.
농촌을 비롯한 시골에 가봐도 과거에 지게를 놓던 자리에 자동차 두 대가 서 있는 세상이 됐다. 한 대는 승용차요, 다른 한 대는 트럭이 놓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정말 부자 나라가 되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한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6·25 전쟁으로 폐허의 모습과 쓰라린 경험을 해온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필자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고향 논산에서 대전까지 온종일 걸어가는 동안 자동차라고는 트럭 두 대밖에 못 본 기억이 있다. 물론 도로포장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럭이 지나가면 도로 전체가 온통 흙먼지로 뒤덮여, 맑아지려면 한참이나 걸렸다. 먼지가 가라앉을 동안 숨이 막히곤 했다.
그런데 요즘 논산에 가면 그때는 상상도 못한 세상으로 변한 것을 실감한다.
논산에서 대전가는 도로변에 잠깐 서서 보면 한눈에도 수백 대의 자동차들이 꽉 차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광경을 보면서 괜히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이제 우리 마음도 넓게 생각할 때가 왔다. 그러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 할 때가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아프던 배도 나을 때가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 밥상만 봐도 달라졌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만 먹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포도는 칠레산, 바나나는 필리핀산, 심지어 배추도 중국산 등 세계 여러 나라 생산품을 먹고 사는 세상이 됐다.
옛날엔 날씨가 가물면 자기 고장 모심기만 걱정했는데, 이제는 전 세계 일기예보를 보고 염려할 때가 됐다.
이제는 한 나라만 잘 살면 되는 세상이 아니라, 전 세계가 잘 살아야 한국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1960년대 초 우리나라는 광물, 가발 등을 수출했고 액수도 불과 몇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전 세계 가운데 ‘끝에서 첫 번째냐, 두 번째냐’를 따질 정도로 가난했으며, 국민 소득이 불과 백 달러도 안 됐다.
1975년에도 50억 불 수출하던 나라가 2011년부터는 5000억 불을 수출하며 세계 7대 수출국이 된 것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약 170여 국가들은 “불과 수십 년 사이에 경제 발전의 기적과 민주주의 발전 기적을 이룩한 한국을 배우자”고 외치며 한국을 따라오고 있다.
이제 한국만 잘 살면 되는 세상이 아니라 ‘세계가 잘 살아야 한국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는 마음을 넓혀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OECD 국가 평균 해외원조는 GDP 대비 0.33%인데 반해 한국은 0.12%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2015년까지 0.25%로 증액을 할 계획이지만, UN에서는 지금 0.7%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1949년 11월 14일 새벽 2시 30분 “한국 문제는 한국 국민에게 맡기자”라는 UN 결의로 탄생했다. 그리고 1950년 6·25 전쟁 때 16개 참전국과 비전투군을 보낸 5개국, 그리고 직·간접으로 도와준 나라까지 총 67개국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해외원조 증액을 2015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올해 즉각 증액하고, 신속히 OECD 평균 수준인 0.33%로 발맞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