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의 억만장자 랭킹에 `이민주`라는 다소 생소한 국내 기업인의 이름이 등재됐다.
이민주 씨앤앰 회장은 한국 부자 랭킹에서 정몽준 정몽구 이건희 신동빈 이재용 구본무 등 대기업 오너에 이어 16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33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40위)보다 앞선 순위다. 이민주 회장은 2000년 자신이 창업한 씨앤앰을 국내외 합작펀드(국민유선방송투자)에 매각해 1조원 가까운 돈을 버는 등 활발한 투자활동으로 큰돈을 모아 화제가 됐던 인물.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회장을 최근 서울 삼성동 씨앤앰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150만원으로 창업해 케이블TV 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비결을 털어놨다. “저도 시작은 1974년 150만원을 들고 인형제조업체인 조선무역을 창업하면서 시작했어요. 당시 반포동 20평 아파트를 매각한 대금으로 창업했지요.” “내수는 안 하고 수출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을 하다가 직접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는데 소매상에게 직접 팔았죠. 중간 단계가 없으니 소매상은 싸게 공급받고 우리는 비싸게 팔아 윈윈을 하게 됐죠. 돈을 번 건 이처럼 새로운 사업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이 회장은 “하지만 이 같은 사업구조 혁신만으로 가치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기업 인수ㆍ합병(M&A)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88년 한미창투 창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투자자의 길을 걷는다. 90년대에는 신용금고와 창투 등 중소 금융기관 몇 군데를 인수해 운영했으며, 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이를 모두 매각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당시 헐값이던 중소 케이블TV를 인수ㆍ합병했다. 최근 1조원 넘는 금액으로 팔린 씨앤앰이 그 결과물이다. 2000년대에는 몇몇 벤처회사를 인수해 매각했다. 그는 숱한 M&A 거래 때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성질이 급한 편이어서 의사결정을 빨리 해요. 기업의 성장성을 보며, 인수했을 때 우리가 (운영할) 역량이 되는지를 보고, CEO가 어떤 사람이냐를 봐요. 같은 회사라도 어떤 사람은 회사를 3~4배 키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겨우 현상유지를 할 따름이죠.” 너무 뻔한 대답이라서 맥이 풀리려는데, 이 회장은 다시 말을 꺼낸다. “어떤 회사를 사야 할지, 지금 자신의 회사를 팔아야 할지 사실 다들 알고 있어요. 제가 90년대 신용금고, 창투 등을 몇 개 해봤는데 외환위기 직전에 그쪽 모든 사람들이 신용금고는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저만 알았던 게 아니고요. 하지만 전 팔려고 노력해서 외환위기 직전에 다 팔았고 다른 사람은 가만있었죠.” 그는 “99년, 2000년에는 케이블TV가 좋을 것이란 게 신문에도 많이 났어요. 비밀스러운 정보가 아니었죠. 전 그때 (다들 좋을 것이라고 하는) 케이블TV를 샀을 뿐이에요”라고 강조했다. M&A는 역시 `실행력`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아직 할 일이 많다. 금융가에선 벌써부터 그가 외국계 금융회사와 함께 몇조 단위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큰판에서 인수ㆍ합병 작업을 하리란 소문이 돈다. “아직 구상 중이고 정확한 계획이 세워진 게 아니다”라는 이 회장. 그러나 그는 “사모펀드는 한국에서 아직 시작단계라고 본다. 미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 한국(사모펀드)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미디어업계에서는 `거물`로 통한다. 그가 이끄는 씨앤앰은 수도권 지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로서 지상파 방송사들도 쉽게 대할 수 없는 거대사업자로 성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통신대기업의 IPTV에 위협을 느껴 (씨앤앰 지분을) 팔았다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IPTV가 들어오면 `윈윈`이 될 수 있어요. 국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앞으로 2400만~2500만명까지 늘어나고 여기에 케이블TV가 1700만~1800만, IPTV가 400만~500만, 위성방송이 200만 정도의 구도가 될 거라고 봐요. 케이블TV도 씨앤앰의 매각을 시발로 해서 500만~600만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케이블TV사업자가 나와서 방통융합으로 끌고 나가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통신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케이블TV가 통신대기업보다 PR나 마케팅은 떨어지지만 가격(코스트)에서는 30~40%씩 싸게 팔면 그래도 수익이 난다. 통신사업자는 비싸게 팔면서도 적자가 난다고 아우성이 아니냐”며 “IPTV가 너무 과장되게 포장된 감이 있다. 디지털 케이블TV와 다를 게 없으며 HD방송이나 안정성에서는 케이블TV가 낫다. 코스트면에서는 통신회사가 많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He is △1948년 서울 출생 △1968년 서울고 졸업 △1972년 연세대 상경대 통계학과 졸업 △1974년 다나무역 입사 △1975년 조선무역(현 조선아이앤씨) 창업 △1988년 한미창투 창업 △2000년 KS넷 창업 △2000년 씨앤앰 창업 및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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