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쿄大 후카가와 교수 “韓國정부 정책엔 방향이 없다”
스스로 불안 키워… 사회적 불안감 팽배
재정으로 경기부양 효과적어… 日서 실패
김기훈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9.01 19:01 19′
▲ 도쿄大 후카가와 교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 정책에 방향이 없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경제 전문가인 도쿄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1일 국회에서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매우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문제의 원인은 한국 스스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의 정책토론 모임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대표 정덕구·鄭德龜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중소기업문제, 대해부’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적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위기(crisis)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들은 내부적으로 방향이 없어서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기존의) 방향이 깨어지는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한국인들은 시장경제냐 사회안전망이냐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시장경제 외에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방향이 깨어진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중소기업이 본업에서 이익을 못 내자 부동산 재테크에나 열중하는 것이 한 예이다. 또 정부가 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해 리스크(위험)를 키우는 것도 그렇다. 미래를 보고 수도권에 많이 투자해 놓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불안요소가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 이 불안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만약 한국이 자기 스스로 무리해가며 불안을 만들지 않으면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경제가 잘 되어 나갈 것이다.(후카가와 교수는 불안의 원인에 대해 ‘made in Korea, by Koreans, for Koreans’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는데.
“한국 정부는 일본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일본도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정책을 찔끔찔끔 썼기 때문에 시장에 정부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할 수 없었다. 경제정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 메시지 전달 능력이 부족하다.”
―정부는 요즘 과거사 규명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민주사회가 성숙해 가면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정도 문제이다. 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심하면 곤란하다. 현 정부의 과거사 규명 작업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역사가 바뀌고 방향이 바뀌면 무엇을 믿고 투자하겠는가. (장기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투기나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과거사 규명도 중요하지만 잠재성장력과 미래에 대한 확실성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