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발연구원 30년을 돌아보며
인간개발연구원의 나이가 올해 30이 됐다. 그동안 연구원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것은 오로지 장만기 회장의 비전과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회원 및 참여인사들의 수고의 덕택이다. 이 모든 분들의 노고를 기리며, 연구원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돌이켜보면 1975년, 이 연구원이 창립됐을 때의 우리나라는 제 4공화국 유신정권의 치하에 있었다. 이 정권이 내세운 목표는 국민소득 천불, 수출 10억불이었다. 10년이라면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다. 지난 삼십년 우리 강산은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실감날 정도로 크게 변했다. 정치의 변화도 엄청났다. 개발 년대의 마지막인 4공이 끝나고, 5공, 6공,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쳐, 나라는 이제 참여정부를 맞고 있다. 이 격변 속에서 가난한 농업국은 공업화를 성취함으로써, OECD에 가입하고 1인당 소득은 12,000불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엄청날 변화 속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은 꾸준히 연구 모임을 계속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온 조찬세미나는 이제 0000회라는 경이저인 숫자가 됐다. 정부나 기업 등 외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는 순수한 민간연구원이 어려운 화경 속에서 이렇게 오래도록 존속 발전해온 예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기념비적인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개발연구원은 글자그대로, 나라가 잘 되자면 무엇보다도 사람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비전을 등에 업고 태어난 연구 기관이다. 30년전 이 연구원창립 당시, 경제학에서도 경제 발전의 원천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있다는 “인간자본”의 이론이 시카고대학의 일각에서 나오고는 있었으나, 아직 시대의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운영은 주로 물량의 수량적 목표달성이 중요시되던 때라, 사람의 질을 높이는 것이 나라의 근본이자 경제의 기초가 된다는 인간개발연구원의 비전은, 우리에게는 매우 참신한,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적인 것이었다. 오늘에 와서는 지식 산업이이 지식 경제니 하는 말이 유행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제 경영의 이론에 있어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지식이 어떤 물적인 자본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정권의 시정목표가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 (以人爲本 )”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비단 경제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맹자의 말대로 “국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民爲貴)”는 전통적인 민본사상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앞으로 인간개발연구원의 비전에 따라 인간이 국정의 중심에 서게 되기를 바란다. 간디는 도덕 없는 경제와 인간성 없는 과학기술을 슬퍼했지만, 21세기는 사람이 경제나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그 주인이 되어 모든 나라가 번영을 누리는 세상을 펼쳤으면 좋겠다. 전쟁소리가 물러가고 평화의 찬가가 울러 퍼졌으면 한다. 인간개발연구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