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강원도 용평 리조트에서는 전문경영인과 금융·학계 인사들의 모임인 ‘한국 CEO(최고경영자) 포럼’이 ‘2004년 경제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셰(Andy Xie)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앤디 셰는 그동안의 ‘비관론’을 접고 모처럼 한국 경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4분기 이후에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한국도 회복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내년에는 4.9%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강연장을 가득 메운 국내 기업인들에게는 별로 위안이 되지 못하는 듯했다.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사상 최악의 경제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CEO포럼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유상옥(兪相玉) 코리아나 회장은 “330만명이나 되는 신용불량자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불안 요인”이며 “내수 부진은 사상 최악이고 점점 더 어렵게 간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기업인들은 “차세대 성장산업이 나오지 않는 데 비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과 체력은 너무 빨리 고갈되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인 휴맥스 변대규 사장(제1295회 강연)도 “제품의 가격·품질 면에서 중국과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진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면서 “휴맥스 역시 범용 제품 생산라인의 중국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