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부설 21세기 평화연구소와 고려대 부설 동북아경제경영연구소는 일본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및 현대한국연구소, 중국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와 공동으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저명한 학자 등 26명이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는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을 강화했을 때 생기는 효과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세계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3개국이 각국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열띤 토론과 함께 입체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안충영(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제1299회 강연)이 사회를 맡은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상호보완적 경제협력 및 통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측 패널로 나선 이창재(李昌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은 “통화통합까지 이룬 EU나 NAFTA를 체결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추가로 회원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역주의 경제체제가 대세”라며 “중국과 일본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이 경제공동체 형성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인준(裵仁俊)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은 “한국 정부가 내건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구호는 자칫 내실을 추구하기보다 주변국들의 경계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희망적 당위론보다는 경쟁력 제고 등 내실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3국간 경제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부설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경제 발전 수준이 다른 만큼 경제통합을 이루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서도 “한국이나 일본은 농업개방에 소극적인 데다 위안화 평가 절상 문제 등에 대해 과도한 압력을 넣고 있어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샤오지(張小濟)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농업 개방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농민단체를 의식해 솔직하지 못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다”며 “유럽이 EU를 결성할 때 철강이나 석탄 문제를 솔직한 대화로 해결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아쓰시(山田厚史) 아사히신문 경제전문기자는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설기구가 생겨야 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만들고 통합을 이룬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 교수는 “동북아 3개국의 경제 협력은 평화를 담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EU 통합을 위해 독일이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등 ‘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처럼 3국이 각각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1부 주제발표 뒤 소(小)토론에서는 동아시아의 FTA가 ‘아세안+3(한국 일본 중국)’ 전략에서 미국을 포함한 ‘아세안+4’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중국+아세안’ ‘일본+싱가포르’ 등의 협력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부 토론 중에는 △중국에 직접투자가 집중돼 한국과 일본의 산업 공동화가 심해지고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가 부족해 외자기업이 기술이전을 꺼리며 △인민폐 중심의 결제 수단도 투자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