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
강석진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독일은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부품산업이 강한 이유는 대를 물려가며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기술과 경험을 쌓아온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와 벤츠 등 세계 최강인 독일 대기업들은 이들 중견ㆍ중소기업들과 상호 신뢰감을 구축하며 협력해 왔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동반성장 모델을 수십 년간 지켜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과거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생산원가 중 상당 부분을 일본 첨단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데 투입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술과 품질 향상으로 수입에 의존했던 첨단기술 부품소재가 빠른 속도로 국산화되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성장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대일본 무역적자도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견ㆍ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부품소재 산업은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급성장을 거듭 중인 중국에 밀려 우리 제조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는 머뭇거릴 시간도 없고 남아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 첨단 부품소재 산업이 기술과 원가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게 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제조산업이 부품과 소재 대부분을 일본이나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국내 제조업 기반 붕괴를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제조 분야 대기업들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박정희 시대는 1ㆍ2차 5개년 경제개발을 통해 정부가 첨단기술과 중공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없었다면 우리 제조업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당시 산업 육성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중견ㆍ중소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세계 최첨단 기술산업으로 육성하고 우리나라 산업 기반을 재구축하는 것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가장 취약한 R&D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덕과학연구단지를 첨단 부품소재 산업 R&D 클러스트로 만들어 정부 출연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부품ㆍ소재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중견ㆍ중소기업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R&D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부품소재산업의 기술과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중견ㆍ중소기업과 대기업,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공동 팀워크를 통해 세계 최고 부품소재산업, 코리아 히든챔피언 구축이라는 국가 목표를 신속하게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중국의 추격에 직면한 우리 제조산업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일 히든챔피언들처럼 최첨단 기술력을 지닌 강소기업, 코리안 히든챔피언을 대거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박근혜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첨단 부품소재 산업 분야 중견ㆍ중소기업들을 세계 최고 기술경쟁력을 가진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이며 한국 제조산업을 세계 최고 첨단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동안 지속적이면서도 확고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적극적 실행에 나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