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 니어재단 이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wrong signal)’ ‘뒤섞인 신호(mixed signal)’ ‘혼란스러운 신호(confusing signal)’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시장 역할 왜곡현상을 시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은 경제팀이 일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외풍(外風)을 막아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에 있는 (재)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17일 이메일을 통해 보완됐다. 현재의 경제 환경에 대한 정 이사장의 진단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다면(多面)·복합(複合)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그는 “전 세계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고, 한국에 다면·복합 위기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권 교체기의 한국 정치에는 위기의식이 별로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난제(難題) 앞에 서 있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다면·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는데.
“오늘(16일)도 북한이 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한 것처럼 외교·안보 리스크(위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앙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적 물류난이 심화되고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봉쇄조치로 중국 중심의 가치 사슬이 큰 내상을 입었다. 시진핑(習近平)식 경제 정책이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성장에 빠지는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면·복합 위기 시에는 정책 배합에 있어 나름대로 높은 정책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세계적인 위기가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은 ‘신삼고(新三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런 신삼고 현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있어 ‘뇌관’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가계부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게 되고 기업의 부채가 급팽창하는 가운데 금리 리스크도 커진다. 세계적으로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엄청나고, 수요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도 가세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나라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은 민생에 직격탄이 된다. 그리고 고금리는 투자, 소비를 감퇴시켜 저성장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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