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조민근 기자] “시장통이 최고의 학교”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0년 최씨 고집’의 주인공 광동제약 최수부 (70·사진)회장이 자서전 『뚝심경영』(랜덤하우스중앙)을 냈다.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인 그는 책 속에 곡절 많은 가족사와 함께 온갖 어려움을 이겨가며 국내 굴지의 제약사를 일으키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의 개인사를 따라가다 보면 ‘시련은 최고의 학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열두살에 아버지를 잃고 소년 가장이 된 일, 나무꾼·엿장수·외판사원 등을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일, 천신만고 끝에 키운 회사가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경험 등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넘어졌다가도 기어코 다시 일어섰고 그때마다 시련은 성장의 발판이 돼 있었다.
그는 “사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그러나 매번 이를 악물고 일어서게 만든 것은 이대로 넘어질 수 없다는 오기뿐이었다”고 회고한다.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다. 그러나 한번도 자신의 학력을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뒤돌아보면 학교를 일찍 그만둔 게 오히려 잘했다 싶습니다. 식구들 굶기지 않고 어머니 짐도 덜어드릴 수 있었으니까요. 또 제겐 시장통이 곧 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매일매일 접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불행을 가정환경이나 학벌 탓으로만 돌리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영업직은 사람 구하기가 힘듭니다. 약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내가 제약사를 창업 할 수 있었던 것은 영업 현장을 발로 뛰며 수많은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어려운 일을 피해선 안됩니다.”
광동제약의 대표 상품은 최 회장이 직접 광고에도 출연했던 우황청심환이다. 최근에는 비타민 음료가 히트하면서 연매출이 1800억원대로 급신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그간 시련을 잘 견뎠다고 하늘에서 내린 선물”이라며 “‘최씨 고집’이 박씨,김씨,이씨 고집으로 이어져 나라 경제의 어려움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