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벌레에게 아무리 겨울날의 얼음을 말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제1309회 강연)은 지난 9월 2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 강연에서 장자(莊子)의 경구를 인용, 변화하지 않는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시장의 혼란과 제도의 미비 탓으로만 돌리고, 과거의 관행에 미련을 갖고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며 기업들이 여름벌레처럼 여름 한철 밖에 모르면 새로운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이 인용한 것은 장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대목으로, ‘우물안 개구리(井中之蛙)’라는 고사성어가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또 “아직까지 분식(粉飾)회계가 나타나는 등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과 금융회사만 하도록 돼 있는 회계법인의 분기보고서 검토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앞으로 분기 보고서를 회계법인에 맡겨 검토 의견을 달도록 의무화하는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분기보고서 제도는 기업의 실적을 분기별로 요약·공표하는 것으로,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과 금융회사의 분기보고서는 회계법인이 검토한 뒤 의견을 달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