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윽한 푸른빛이 정말 아름답지요?”30일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2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이 29일 코리아나 화장 박물관에 전시된 고려시대 청자 화장 용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태경 기자 [email protected]
청자 분합·철화 유병 등 명품들만 내놨어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화장 관련 유물 200점 중앙박물관에 기증 29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코리아나 화장(化粧) 박물관, 말갛게 닦인 진열장 안에서 고려시대 청자 유병(油甁), 조선시대 분청사기 분수기(粉水器), 화각 경대 등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옛 여인들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전시실에서 이 박물관의 설립자인 유상옥(76)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이 전시된 유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박물관에 소장된 화장 관련 유물은 약 5000여점, 모두 유 회장이 30여년 전부터 손수 수집한 것들이다. 그는 30일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하는 ‘기증·기부자의 밤’ 행사에서 이 중 2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다. “고려시대 청자 분합(粉盒), 아주까리·동백기름을 담았던 철화 유병(油甁), 삼국시대 토기 유병…. 한민족의 화장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없을 것 같은 것들을 골라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유 회장이 기증하는 유물들은 한 점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들. 직접 발로 뛰어가며 하나하나 골라 사들인 귀중한 물건들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아까운 생각이 들지요. 유물들을 박물관에 넘겨야 하는 전날까지 붙잡고 있는 걸 본 우리 큐레이터들이 ‘그렇게 아까운데 왜 내놓으세요?’ 하며 핀잔을 주더군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 딱 감고 내주었어요. 중앙박물관에 전시되면 여기 두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가도 공인(公人)이니까, 공인의 책무를 다한다고 생각했어요.” 1969년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그는 제약회사에 다녔던 1970년대 중반까지는 약 다는 저울, 약사발 등 약(藥) 관련 유물을 주로 수집했다. 화장 도구 수집에 나선 것은 지난 1977년. 한 화장품 회사의 사장을 맡게 되면서였다.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으니 화장 관련된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해외 출장을 나갔다가 선진국의 큰 회사들이 자신들의 상품에 관련된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어요.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창업하면서 우리 회사를 세계화하려면 화장품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인사동 일대와 청계천 뒤편의 골동품 상가를 샅샅이 뒤지고, 외국에 나갈 때마다 골동품상에 들렀다. 수집품에 대해 공부를 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설한 전통문화 강좌에 등록하고,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그룹도 꾸렸다. 그리고 소원대로 지난 2003년 화장 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을 열 때 아내가 가장 기뻐했어요. 그전까지는 제 수집품들로 집에 발 디딜 곳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기증을 하게 되니 꼭 곱게 키운 딸 시집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집간 딸이 시댁에서 귀염받고 잘살기를 바라는 것처럼, 관람객들이 제 기증품들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칠 무렵 유 회장은 지금도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모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곽아람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