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여러 겹의 철문을 열고 들어선 강당에는 연녹색 똑같은 옷차림의 여성 60여명이 앉아있었다. 원불교 박청수(72) 교무는 사회자가 소개하기도 전에 그들 앞으로 다가가 합장(合掌)하고 허리를 숙였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50여 개국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마더(어머니)’로 불리는 박 교무는 오랜만에 딸을 만난 어머니처럼 온화하면서도 안쓰러운 얼굴이었다. 청중은 박수로 그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하는 〈책, 함께 읽자〉 낭독회의 이날 무대는 서울 성동구치소였다. 법무부 교정본부 주관으로 지난 3월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첫 낭독회를 연 후 교정기관에서 네 번째로 갖는 낭독회였다.
이곳에 수감 중인 여성 수용자 130여명 가운데 희망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낭독한 책은 박 교무가 지난 2007년 펴낸 《마음눈이 밝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다》(여백)였다. 구(舊)소련 각지에 흩어져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고려인 이야기를 비롯해 어려운 이웃을 도운 대목을 배우 안정훈·길해연씨와 성동구치소 주점숙 교육교화과장이 낭독했다. 사회는 TV 외화 〈600만 불의 사나이〉 등의 목소리로 익숙한 성우 양지운씨가 맡았고, 박 교무는 낭독 중간중간에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어 한 50대 수용자가 박 교무의 책 가운데 〈숨은 것이 나타난다〉를 낭독했다. 겨울 혹한에도 나무의 뿌리는 끊임없이 자양분을 흡수해 봄에 꽃을 피운다는 내용이었다. 이 수용자는 낭독 후 “저희가 지금은 슬픈 나목(裸木)이지만 스스로 노력하면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겼다”고 말했다.
박청수 교무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소박한 것을 실행하고 또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워하는 마음,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맑은 마음으로 (이곳을) 떠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박청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무가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교무 오른쪽은 연극배우 길해연씨, 왼쪽은 배우 안정훈 씨와 주점숙 성동구치소 교육교화과장./정경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