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어떻게 대비할까
2002년 2월 필자는 통계청장으로 부임해서 어린 시절 성대하게 치르던 환갑잔치가 시들해진 점에 주목했다. 생명표를 살펴보고 1960년 52.4세이던 평균 수명이 2000년엔 75.9세로, 40년 사이에 무려 23.5세가 늘어난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 70세까지는 살게 된 마당에 환갑잔치를 거창하게 치를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평균 수명이 1년에 반 살 정도씩 늘어난다면 2000년에 48세이던 필자는 90세까지 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를 토대로 ‘21세기 삶의 공식: 30+30+30’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 예전에는 부모 보호 아래 30년 살다가, 부모 노릇 하며 30년을 살고, 환갑 이후는 자투리 인생, 즉 여생(餘生)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갑 후 30년을 더 살 수도 있겠다고 본 것이다.
새 천년을 맞은 지 불과 20년이 지났을 뿐인데 과학계와 미래학자들은 ‘100세 시대’, 심지어 ‘120세 시대’의 개막을 예고한다. 벌써 21세기 삶의 공식을 ‘30+30+40’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장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었다. 막상 장수 시대가 되니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다가온다. 환갑 때 노후 대비가 안 돼 있다면 장수는 재앙이라는 점에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미리미리 노후 준비를 해두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고령층 절반 이상 연금 못 받아
장수 시대 준비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의 실상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정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것으로 해외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확립하고 그해 12월 제13대 대통령 선거부터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확립했다.
경제 발전 또한 경이로웠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해인 1962년 100달러 미만이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3년 407달러가 되며 세계은행이 정한 ‘1인당 국민소득 하루 1달러’ 빈곤선을 돌파했다. 이어서 1977년에 1000달러, 1994년에 1만 달러, 2006년에 2만 달러, 2017년에 3만 달러가 됐다. 한마디로 삼시 세끼를 걱정하던 나라가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그림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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