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정책을 통해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내세웠지만, 북한의 외면으로 답보 상태다. 결국 북핵 폐기를 위한 기회의 창은 거의 닫혀가고 있다. 2018년 일시 풀렸던 남북 관계도 북한이 하노이회담 이후 한국을 철저히 외면하고 노골적 비하로 일관하면서 얼어붙었다. 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껍데기만 남았고,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추진으로 외교 자원을 허비했다.
남북 관계 앞세워 비핵화 동력 상실
우리 외교의 기축인 한·미 동맹도 미·중 대립 속에 올바른 방향 설정에 실패함으로써 상당한 혼선을 초래하였다. 미·중 격돌의 본격화로 ‘안보 미국, 경제 중국’의 바탕 위에 구사한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중국에 기운 노선으로 한·미 동맹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쌓였다. 북핵 문제에서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자처하며, 북핵 해결보다 남북 관계를 우선하여 비핵화 동력을 떨어뜨렸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 중국을 의식하여 불참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약화하고 역내에서 외톨이가 됐다. 결과적으로 미·중 양쪽으로부터 소원해졌는데,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한·중 관계를 관리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으로 동맹 강화를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꾀했지만, 적기를 놓쳤고 추후 행동·조치로 담보되지 못했다.
문 정부가 공을 들인 한·중 관계도 표류했다.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관계는 시진핑 주석 방한 불발에서 보듯 냉랭하다. 우리 안보 이익과 전략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3불(사드 추가 불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 불참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구) 약속에도 부당한 사드 보복 조치는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비추어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야겠지만, 우리의 가치·국익·원칙·국격에 입각해야 한다. 중국 무역 비중이 높지만 세계 공급망 내에서 상호의존 관계이고,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 생존을 우선하는 중국이 제재 이행 등에 협조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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