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졌다. 전에는 자식이 많으면 다복하다고 했고 그게 곧 노동력이었다. 자녀로 인해 노후가 안정되고 보장됐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들이 부담이고 짐이 되는 세상이다.
5년 전 프랑스에서 폭염으로 2만 5000명의 노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자녀들한테 전화가 혹시 오지 않을까’ 기다리면서, 전화기 옆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예전엔 가정의 중심이 어른이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가정의 중심이다. 산에 가면 산삼, 바다에 가면 해삼, 집엔 고3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자녀중심으로 돌아간다. 집안에 입시생이 있으면 고3이 왕이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다가는 노년의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
자식의 효도기간은 5세까지라고 한다. 미운 7살부터 말썽을 부리고 사춘기, 대학교, 결혼에 이르기까지 부모는 자녀에게 신경쓰는 일 많다. 그런데도 아들은 장가보내면 딴 여자의 남편이 된다. 아들은 군대 보내면 ‘국가의 자식’이고, 잘난 놈은 장가보내면 ‘딴 여자의 남편’이요, ‘장모의 자식’이란 말이 생겼고 못난 자식만 내 자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오래 전, 미국출장 길에 친지분의 자녀를 만났다. 귀국 후 그 부모님께 미국에서 만난 아들 소식을 전해드렸다. 그런데 하나도 반가워하지 않는게 아닌가? “반갑지 않으세요?”하니 “아니요. 애들이 미국으로 다 떠나고 지금은 우리 둘만 살고 있어요. 둘이 살다 하나 죽으면 혼자서 쓸쓸히 살겠죠. 그러다 그마저 죽으면 끝이지요.” 너무나 서글프고 처량하게 들렸다. 그분은 정말 열심히 자식 뒷바라지를 한 분이었다. 허리가 휘도록 돈 벌어 공부 시켜주었는데 자식들이 미국이민 간 후 별로 연락도 없으니 쓸쓸하고 섭섭한 것이다.
자식에게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나이들어 실망이 크고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