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행복한 논어 읽기>(21세기북스)를 ‘행복하게’ 읽고 있습니다. 저자인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은 15년 동안 혜화동 금곡서당에서 한학의 대가 하병국 선생으로부터 논어를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정보화 시대에 공자왈 맹자왈 하는 것이 고리타분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했답니다. 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 배워나가면서 논어가 현대인에게도 변함없는 지혜의 공급처이자 리더십의 보고라는 확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격언을 실천에 옮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술이었지요.
# 양 원장의 저서가 돋보이는 것은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현대적 해석’을 시도했기 때문일 겁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의 시작을 알리는 구절로써,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이것을 양 원장은 ‘평생학습’과 ‘네트워크’로 풀이했지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란 뜻을 가진 다음 구절은 ‘자기관리’(Self Leadership)로 해석했고요.
# 양 원장은 정치인에게 특별히 참고가 될 만한 구절들을 제3장 리더십에 따로 모았습니다. 먼저 실천한 후에 말하라(先行其言 而後從之), 포용심을 발휘하라(爲政以德), 가까운 사람을 잃지 말라(不失其親), 믿음이 없는 조직은 모래성이다(民無信不立) 등이 바로 그것이었죠. 그런데 저의 시선을 끌었던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부종(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지도자가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지만 올바르지 못하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아마도 이번호에 국회의 낡은 관습과 권위주의를 지적하는 기사가 많은 것도 이 구절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 자신의 잘못과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다만 남들에게 지적을 당하면 기분이 상하고 감정적으로 반발하게 될 뿐입니다. 과실이 있으면 그것을 고치는 데 망설이지 말라(過則勿憚改)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음미해볼 일입니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