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6
산업혁명, 민주혁명, 공화혁명에 이은 차기정부의 최대 과제는 사회통합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내전상태’나 다름없는 대한민국 차기정부는 누가 맡든 사회, 세대, 계층 통합을 화두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통일은 미래의 일이며, 그것은 MZ세대나 다른 미래 세대가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다.
#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
그레이트 게임은 19~20세기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과 ‘떠오르는 제국’ 러시아의 세계패권 다툼이다. 제국주의 시기 대영제국은 인도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 제국은 영토 확장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다. 영국은 러시아가 인도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판단, 인도로 넘어오는 길목인 아프가니스탄을 세 차례나 침공해 점령하며, 러시아의 진출을 막으려 했다. 제국 러시아가 남쪽 부동항을 찾으려는 남하 정책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중앙아시아 내륙국들을 점령, 당시 페르시아로 진출하며 영국과 충돌했다. 그레이트 게임은 중국과 극동 지역으로까지 확대됐고,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함에 따라 막을 내렸다. 오늘날 미•중 패권 경쟁은 백년간 지속될 21세기 그레이트 게임이다.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은 네 차례로 나눠볼 수 있다.
1차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고대 7C)은 삼국통일을 둘러싼 다툼이다. 동아시아 오국지(五國志: 수•당, 고구려-백제-신라, 왜(倭)) 가운데 신라는 삼국 중 최 약체였다. 하지만, 그레이트 게임을 읽고 단호히 대응한 결과 최종 승자가 됐다. 이는 국제정세 인식과 국력배양, 국민의 의지가 모아져 냉정하게 판세를 읽은 때문이다. 2차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중세 16C)은 ‘제국 중국’과 ‘제국 일본’의 충돌이다. 3차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현대 20C)은 6.25전쟁을 둘러싼 쟁패전이다.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의 세력균형이 붕괴됐을 때 6.25가 발발했다.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의 세력균형이 복원했을 때 정전체제가 어렵사리 성립됐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한반도 2국 체제)로 가는 입구인가, 아니면 동아시아 세력균형 해체의 씨앗인가? 4차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21C 현재~)은 현재 진행 행이다. 미•중 패권전쟁이다. 북한의 핵무장(북한 세계 6번째 전략 핵국가 근접: 수소폭탄+ICBM+SLBM),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야욕, 중국의 주요 군사굴기(도련선: Island Chain line)에 대해 미국이 용납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사회경제적 위기에다 진영 간 대립, 코로나19, 인종갈등 등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다. 하지만, 군사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자 ‘대학-금융-연구-IT’ 분야에 있어서도 최강이다. 그럼에도 미국 내 분위기를 보면, 정치적으로는 쪼개지는 일이 있어도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없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중국에 대한 대응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10년은 세계사적으로 위태로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전쟁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최대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3개의 과제 가운데 첫 번째는 미•중 패권전쟁이다. 두 번째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함의, 세 번째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극복이다. ‘안-미, 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 성찰1, 제국 중국은 제국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면, ‘제국 중국’이 ‘제국 미국’을 대체할 날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반만년 역사에서 언제나 제국이었다. 중국의 GDP는 청나라 말기에도 전 세계의 4분의1에 달한다. 또한 막대한 영토와 어마어마한 인구도 가졌다. 오늘날에는 미국이 2차 대전 후 패권국가다. 물론 지난 20년간 세계 학계에서 미국의 ‘쇠퇴론’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대세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도 ‘중국 대세론’을 보고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대세론에는 치명적 함정이 곳곳에 스며 있다. 미국의 강점은 많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3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셰일오일(Shale Oil)을 가진 에너지 자급 국가다. 게다가 식량자급과 생산성 향상, 젊은 인구를 확보한 ‘세계 유일의 제국’이다. 지금도 전 세계인이 미국으로 몰려오는 등 젊은 유능 인력이 항상 수혈(자발적) 되는 ‘유일무이 패권국가’로 퇴조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팍스로마-팍스 브리태니카-팍스아메리카(20,21C)’에 이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가능할까? 전 지구적 평화 질서를 가져주겠다고 중국 공산당이 선언을 했으나 중국 내부의 치명적 문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중국의 저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 쟁패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경제 전쟁) 반도체의 치명적 한계와 미국의 봉쇄 등으로 중국은 내부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법의 지배 이념이 송두리째 부재하고 인권 문제와 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 성찰2, 제국의식과 소국의식
제국주의(19C)는 지났으나 제국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제국은 힘으로 질서를 보장하고 문화력까지 보증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이 모두 제국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지난 2000년 역사에서 소국의식에 있었다. 우리나라가 왜, 중국에 대해서는 저자세이고, 일본에 대해서는 고자세인지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오늘날, 서해는 이미 중국에 의해 ‘내해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무도한 행동에도 비판을 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성찰3, 역사는 반복되는가?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한국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이며, ‘핵 국가 북한’은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막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10년 사이에 달라진 중국공산당의 목소리(중국 국가주석의 창당기념사)를 보면 중국이 더욱 강퍅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2011년 창당 90주년(후진타오)에서 내우외환의 약하고 가난한 근대 중국의 운명을 끝낸다는 자기평가를 하고 있다. 외교 분야의 경우 협력과 개방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는 전략이 변치 않을 것으로 봤다. 대만과의 관계는 평화발전 유지와 교류확대로 삼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21년 창당 100주년(시진핑)에서는 어느 때보다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자신감과 능력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했다. 외교분야는 중국을 억압하려는 외부 세력이 철의 장성(長城)에 깨져 머리에 피를 흘릴 것으로 봤다. 대만문제는 해결한다면서 조국 통일은 중공의 변함없는 목표(10일이면 함락?)로 봤다.
# 성찰4,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미•중 백년 패권전쟁 과정에서 중국은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될 가능성 크다. 한국을 배제하는 일본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무력점령(2014)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대유럽 공세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EU는 무력했고, 미국도 ‘말 폭탄’만 쏘았을 뿐이다. 중국이 대만해협의 섬들(진먼섬, 金門島)을 먼저 공격해 점령을 기정사실화하면, 미국과 대만은 어떻게 반응할까?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중국의 대만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군사대응은 가능할까? 감당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성찰5,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전술핵 능력을 완성했고, 전략핵국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한국을 위협하고 능멸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도 없고 북한붕괴도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생기면 중국의 한반도 침공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시진핑의 영구집권(중국체제의 북한화(北韓化?)화 하고 있다. ‘당의 제3차 역사 결의’에서 “마오는 중국을 세웠고, 덩샤오핑은 부유하게 했으며, 시진핑은 중국을 강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2022년 20차 당 대회와 ‘시진핑 사상’ 연구 제도화로 ‘인민실종 공화국’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푸틴 영구집권(2020 개헌, 2036년 84세까지 집권예상)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국주의적인 한국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 (잠정 결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中强國으로서의 선진국’ 한국은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동반 성취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경학(地經學) 위치는 한국사 최초로 지구적 자본주의와 연결돼 있다. 한국인의 사유체계에는 ‘전 지구적 보편세계’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문화 매력국가요, 역동적 민주국가다.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에 이은 공화혁명의 시대정신은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공화국의 시민, 한국인의 탄생이다. ‘제국 중국’이 ‘제국 미국’을 대체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의 주인이 되어 全 지구적 그레이트 게임의 중간 주체로 상승해가야 한다. 미래의 주인은 젊은 MZ세대다. 이들과 미래 세대가 먼 미래인 통일을 결정할 것이다. 남북 2국 체계, 즉 서로가 인정하는 안정을 바라는 한반도 평화가 통일보다 중요한 과업이다. 김정은이 철저한 현실 진단에 입각해 절대 권력을 재생산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그렇게 가게 둘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북핵 무력화하는 경제력과 방공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차기 정부의 최대 과제가 사회통합한 이유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내전상태인 우리나라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차기정부는 누가 맡든 사회, 세대, 계층 간 통합을 화두로 삼아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최인석 HDI 홍보위원(베뉴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