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오래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쏟아지던 그 날, 춘천 본사 사무실에서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 누구도 여든이 넘은 분이라고 보지 않겠습니다
“아직도 매일 아침마다 2시간씩 운동을 합니다. 테니스를 먼저 하고 헬스장에 또 갑니다. 가끔 골프와 수영도 하고요. 30년간을 그렇게 해 왔어요. 습관도 됐고, 무엇보다 경영하는 사람은 건강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직도 회사 경영 전반을 관리합니까. 요즘도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 아들(김영돈 사장)이 전체적으로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정과 투자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결정할 때 간여를 합니다. 회사 돌아가는 상황은 매일 보고받고 있어요. 그러려면 출근을 제 시간에 해야지요. 신제품 개발 등은 사장을 중심으로 젊은 인력들이 하고 있습니다.”
– 연혁을 보니 회사를 이끌어온지 20년이 넘었더군요.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 정도 역사를 가진 회사가 많지 않지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요즘 화장품 회사들이 700~800개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의가 10년도 채 안 된 곳들이에요. 화장품이란 제품 자체가 워낙 사이클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그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제가 1986년 군포에서 현대화장품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에는 화장품 회사들이 많지 않았는데 당시 함께 했던 회사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 그런 분위기에서도 웰코스가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현재 업계에서는 화장품이 약 5조원 시장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다보니 과거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한 외국계 회사들까지 밀려오고 있어서 독특하면서도 대중성이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 이 바닥이에요. 저희는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그래도 꾸준히 해 왔고 틈새시장을 적절히 노린 것이 성공을 거뒀던 것 같습니다.”
–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과일나라’였군요
“아마 1996년일 겁니다. 당시에는 화장품 원료가 주로 동물성 또는 화학성 원료였는데 동물애호가들의 반대가 심한데다 때마침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자연성 원료를 화장품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했었는데 때마침 과일에서 그 방법을 찾은 거죠. 과일나라 코팩을 처음 생산해 배우 배용준을 모델로 기용했는데 이게 딱 맞아 떨어졌던 겁니다. 그때는 정말 밤새워 공장을 돌려도 제품이 없어 못 팔 정도 였습니다. 소위 `대박’을 친 거죠.”
– 돈도 꽤 많이 벌었겠습니다
“하하.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물론 사세가 확장되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6~7개월 동안 과일나라가 빅히트를 치자 다른 회사들이 금방 따라하더군요. 특히, 대기업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TV 홍보 등 엄청난 물량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1년도 안돼 분위기가 식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마케팅만 제대로 했어도 롱런했을 텐데 말이죠.”
– 지금도 과일나라하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호를 동양화장품에서 `과일나라화장품’으로 변경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웰코스’라고 바꾼 이유는 뭡니까
“2002년까지만 해도 인천에는 모발화장품을 생산하는 (주)현대화장품이 있었고 춘천에는 기초화장품 중심의 과일나라화장품(구 동양화장품)이 있었어요. 과거에는 모발과 기초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합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경비절감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춘천으로 통합하기로 한 거죠. 그러면서 해외시장을 겨냥해 웰코스로 바꾼 겁니다. 웰코스(WELCOS)는 행복(Wellness)의 Wel과 Cosmetic(화장품)의 Cos를 붙인 합성어예요. 그런데 제품은 아직까지도 과일나라 브랜드가 60~70%를 차지합니다.”
– 회사 입장에서는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춘천에 기반을 둔 것도 의외입니다
“저도 회사 이익만 생각한다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사와 공장을 뒀을 겁니다. 하지만 강원도는 제 고향입니다.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도 대부분 강원도에 있었고요. 어찌보면 저를 만들어 준 곳이 이곳이기 때문에 저도 고향 땅에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고민을 해 춘천에 회사를 세웠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회사내에는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의견을 내는 직원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 종류가 얼마나 됩니까
“자체 공장에서 400품목, 아웃소싱 200품목 등 총 600품목 정도가 우리 브랜드를 달고 나갑니다. 과일나라가 핵심 브랜드이고 헤어전문가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뮤겐스'(MUGENS), 피부관리 전문가를 위한 고품격 에스테틱브랜드 `에스테니아'(AESTHENIA) 등을 론칭했습니다.”
– 600여 종류이면 품목이 굉장히 많은데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바뀌기도 하겠습니다
“과일나라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력은 아무래도 과일나라 브랜드를 단 기초화장품입니다. 그런데 모발화장품들도 인기가 괜찮아요. 특히 미장원에서는 우리 제품들의 선호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오랫동안 모발쪽을 해왔기 때문에 품질이 좋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주력제품은 자주 바뀌지는 않아요. 덕분에 지난해에 40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56억원을 달성한 후 내년에는 500억원을 넘길 계획입니다.”
– 앞으로도 수많은 화장품 회사와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웰코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저희는 내부 시스템을 알뜰히 짜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성장할 계획입니다. 과일나라처럼 히트브랜드가 또 하나 나와주면 더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워낙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그건 쉽지 않을 것 같고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파워있게 밀고 나갈 겁니다. 염색약부문과 페이스클렌징 등 스타일링 있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매 분기 시제품을 내놓을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 웰코스가 극복해야 할 부분도 있지요
“화장품 업계가 워낙 대외적인 변화가 크다보니 유통쪽도 굉장히 빨리 변합니다. 여기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과제라고 봅니다. 기존 유통 방식으로는 답이 안나오거든요. 인터넷 등 유통망의 새로운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합니다. 그래서 1,000억원 매출 달성과 5년 이내에 상장 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것입니다.”
– 지역의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로서 도민들에게 한마디해 주십시오
“도민들의 많은 성원으로 웰코스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심 가져 주고, 웰코스 제품도 많이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병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