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더십센터에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시대 가장 신뢰 받는 리더’를 뽑는 온라인 투표에서 기업가 부문 1위를 차지한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 안철수 대표(제1292회 강연)가 결혼정보회사 피어리에서 지난 1∼2일 20-30대 여성 직장인 2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순위권안에 드는 득표율(15.7%)을 얻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지난 10월 2일 세계일보에 게재된 그에 대한 인물탐구 기사를 소개한다.
캐주얼 차림으로 업무를 보다 기자를 맞는 안철수 사장. 6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에는 소파가 없다. 그가 업무를 보는 책상과 원형 테이블 하나, 그리고 책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책장과 그가 받은 수많은 기념패가 놓여 있는 진열장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이 시대의 ‘가장 신뢰받는 리더’ 안철수 사장이 일하는 공간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수수하다.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은 최근 한국리더십센터에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신뢰받는 리더’를 뽑는 투표에서 최고경영자(CEO)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정부관료 부문에서는 강금실 법무부장관, 종교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시민단체 인사로는 박원순 변호사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안 사장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우리 시대에서 가장 신뢰받는 리더로 선정됐다. 기자들은 안철수 사장의 추천사유로 ‘미래 예측력’, ‘철저한 전문가 의식’ 등을 꼽았다.
안 사장은 자신이 처음 언론과 인터뷰를 했던 1988년을 떠올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관성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을 잘 평가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벤처 붐이 일던 1999년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벤처기업 가운데 95%가 망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해 Y2K 바이러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발표를 하기도 했다. 모두 대세를 거스르는 발언이었지만 안 사장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자신을 100점 만점에 50점짜리 인간으로 평가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 중에 유지해야 할 부분들도 보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51점도 아니고 50점 혹은 그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1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쇠락의 시점이라는 안 사장은 우리나라가 인터넷 1위 국가라고 자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신뢰받는 기업인’ 안철수는 회사 홈페이지에 ‘리더십의 시대’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우리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까지는 왔는데 더 발전하려면 다양한 계층의 이해들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앞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서가 강하잖아요. 정부에 있는 분들이 우리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고 그러더군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더라도 국민정서에 반하면 제대로 안된다고. 국민정서를 이해하면서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시스템화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에 적합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사장은 우리 사회에 서구의 룰을 갖고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IMF금모으기, 월드컵 때 보여준 국민의 폭발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야 된다는 논리다.
안 사장에게 자신은 어떤 리더인가 하고 물었다. “글쎄요. 제가 뭐 카리스마가 많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는 아니고. 동료이고 싶어요. 수평적인 관계지요.” 모든 사람에게 군림하는 CEO가 아닌 해야 할 일을 하는 CEO라는 것이 안 사장의 설명이다.
“수익은 목적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안철수 사장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지향한다.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한목소리로 나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시스템이고 하나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겁니다. 가치관 공유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을 같이한다는 것이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기업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해 가면 그건 정신,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고 그런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2001년을 정점으로 안철수연구소는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작년에 적자가 났는데 현금이 나간 게 아니라 자본 재조정을 했어요. 제일 중요한 게 현금 흐름 아닙니까?” 1999년 코스닥 등록으로 안철수연구소가 확보한 자본금은 440억여원.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자본금은 500억원을 넘어섰다. 부채는 없다. 그러나 안 사장도 시장이 침체된 데 대해서는 걱정을 하는 눈치다. “시장 점유율은 65%를 유지하는데 시장이 정지하니까 더 이상 성장을 못 합니다. 국내 모든 보안업계, 소프트업계 자체가 성장이 스톱됐어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지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는 해외 시장의 확대와 사업분야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는 바이러스 백신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보안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목표는 세계 10대 보안업체로 발돋움하는 것. 최고가 되려는 욕심이라기보다는 1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목표다.
― 요즘 우리나라의 보안체계가 불안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 결과로 보면 드러나지 않나. 1·25대란 때 보면 국가 전체가 마비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피해자 가해자 구별이 없는데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1등 국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발전을 하려고 조그만 위험은 감수하고 앞으로 전진했다. 근데 이제부터는 다지고 나가지 않으면 발목을 잡혀 1만달러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위험에 대비하는 마인드 세팅이 필요하다.
― IT업계의 성장이 침체돼 있는데 우리나라 IT업계의 전망은?
� 닷컴 열풍이 꺼지면서 3년 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기업 주가가 다시 오른 게 올 초부턴데 그 이유가 세가지 있다. 첫째,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고, 둘째, 초고속 인터넷이 구축됐다. 셋째, 사용자들이 성숙했다. 내년이면 다시 성장 국면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하루 중 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은.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나?
� 하루종일 여가시간이 없다. 새벽에 많이 깨는 편인데 꿈속에서 회사일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잘 수가 없더라. 내가 잘못하면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데 책임감이 막중하다. 어떤 분들은 점심 한번 먹자고 편하게 말하는데, 난색을 표하면 실망을 한다. 떴다고 건방져진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일분만 통화하면 될 전화도 시간이 없어서 못할 때가 많다.
― 여가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데 가족과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 (아내가) 딸을 데리고 미국에 공부하러 가 있다. 전에 한창 바쁘게 살고 지쳤을 때는 서로 격려했다. 딸이 아니고 아내가 공부하러 간 거니까 ‘기러기 아빠’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뻐꾸기 아빠’라고 해야 하나.(웃음)
― 시간날 때 하는 일은?
� 시간이 잘 안 나는데, 가끔 DVD를 본다. 하루종일 머리 쓰는 일을 하다 보니까 머리 속이 하얗게 될 때가 많다. 차를 몰고 집에 갔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없다. 그러니까 여가시간이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별로 대답할 게 없다. 책은 바빠서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권 정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