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Stock] CM 1위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
알제리·사우디서 대형공사 곧 수주
미국기업 사들여 도시계획분야 개척…단독주택 CM사업 `e집` 내년 본격화
“한미파슨스는 건설주(株)가 아니라 기술ㆍ서비스주입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건축사사무소 회장은 자사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미파슨스는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ㆍCM) 국내 1위 업체다. 김 회장은 “CM을 하는 국내 기업의 수는 100~200개에 이르지만 이들 기업은 부서 차원에서 CM을 진행한다”며 “한미파슨스처럼 이 부분에만 전문적으로 매달리는 회사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한미파슨스의 기업 가치는 건설주에 휘둘렸다. 업황이 나쁜데 관련 업체가 실적이 좋을 리 있겠느냐는 논리에서다. 미분양 문제로 건설주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 한미파슨스는 그 옆자리에 있었다.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돌파가 전망되지만 시장에서는 여기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한미파슨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00억원과 120억원이다. 예상 수주액은 작년에 비해 45% 신장한 23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내 건설경기 부진으로 해외 시장에서 선전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7조5000억달러인데, 국내는 100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글로벌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중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따낸 200억원 규모 알제리 신도시 4개를 총괄하는 프로젝트는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9월 계약이 이뤄지면서 공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사인만 하면 되는 건이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건설주로 묶인 한계 때문에 해외를 겨냥한 사업 구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며 “주가는 2만원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오는 2015년까지 세계 10대 CM업체에 오르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의 집을 대상으로 한 CM사업인 `e집`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e집은 시공까지 대행해 사실상 개인에게 일정 용역비를 받고 원하는 형태로 집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김 회장은 “현재는 공사비 기준으로 20억~30억원인 병원이나 공공시설 위주에 걸맞은 용역만 맡았다”며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사비를 3억원까지 낮춰 일반 개인 주택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르며 점유율 1%만 갖고 와도 1000억원”이라며 “내년에는 이 부분에서만 200억원 정도 매출이 새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집이 국내 신성장 동력이라면 신도시 계획은 글로벌 분야 새 수익원이다. 김 회장은 “인도는 향후 20년 안에 100만명이 넘는 신도시를 50개 건설한다”며 “도시 계획은 한미파슨스가 새로이 개척할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김 회장은 “지분 100% 확보 조건으로 3000만~5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수를 검토하는 회사와 협상이 어긋나면 도시 개발에 강한 또 다른 회사와 접촉할 것”이라며 도시개발 계획에 의지를 보였다.
도시 개발에 필요한 IT기술을 위해서 삼성SDS, 일본 미쓰비스지쇼, 미국 어버넛, 영국 ERM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김 회장은 “미국 업체 인수는 미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중동 시장 주력의 해외 매출을 선진국으로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파슨스 해외 수주 중 80%는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위기 때문에 미뤄진 미국 프로젝트 한 건을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국내처럼 건설사의 위상이 강한 일본 시장 진입도 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일본은 5~6년 전부터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며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미쓰비시 설계사무소와 합작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쓰비스만 `오케이`하면 일본 공략은 바로 시작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사업과 해외시장 적극 공략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지만 건설업이 건설사 주도로 흘러가 CM의 인식 확대가 더딘 것은 한미파슨스 주가의 걸림돌이다.
김 회장도 “업체별 CM의 시장점유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업에서도 소프트웨어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 진출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우리 기업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 < 용어설명 >
CM : 발주자의 대리인으로 사업성 검토, 설계와 시공부터 감리까지 맡아주는 `기술용역업`이다. 1960년 미국에서 공공기관의 만성적인 공기 지연과 예산 초과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CM사는 의뢰인에게 일일이 건설 과정을 공개하기에 투명성 부문에서 강점을 갖는다. 국내에는 삼풍백화점와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건설산업 불신 문제가 커진 후인 1997년 도입됐다.
[김대원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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