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1942년생/ 서울대 행정학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 1970년 대성산업 이사/ 1997년 대성산소 부회장/ 2000년 대성산업 대표이사 회장(현)
김 회장은 “1980년대 대성 주력사업인 석탄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사업을 다양화해 경험이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 성공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디큐브시티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유통산업 진출, 왜?
대성산업 효시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故 해강 김수근 명예회장이 연탄 제조와 판매를 하는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하면서다. 이후 석유, 도시가스, 유전개발 등의 사업으로 뛰어들며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성장했다. 주력사업이 안정되자 이후 건설, 정보통신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김영대 회장은 故 김수근 명예회장 장남으로 2001년 김 명예회장 타계 후 대성산업을 물려받아 안정적으로 기업을 이끌어왔다. 대성산업은 가스, 건설, 기계 등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연매출 1조원대 기업이 됐다. 규모의 경제는 실현했다지만 그룹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게 숙제였다.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할 듯했다. 마침 신도림역 인근엔 대성산업의 연탄공장 터가 있었다. 단순히 매각하기보다 이를 잘 개발하면 일본 ‘롯폰기힐스’ 못잖은 문화공간을 만들 수 있겠다 확신이 섰다.
영등포역에 위치한 경방 타임스퀘어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적잖은 자극이 됐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신도림 디큐브시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시행부터 시공, 유통까지 모두 대성산업이 도맡았다. 대성산업 건설사업부는 대성디큐브시티 프로젝트 이전에 대구 사월동, 인천 갈산동 등 아파트 공사와 대구 상인동 주상복합 공사를 무리없이 마치면서 업력이 쌓인 터였다. 더불어 유통 분야 전문가들을 꾸준히 영입해 지하철 유동인구가 대부분인 상권 특성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고자 부심했다. 김영대 회장은 거의 매일 공사 현장을 찾아 국내외 인테리어, 아트 디렉터들과 협의하면서 공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아침 7시부터 시작되다 보니 지난 4년간 대성디큐브시티 관련 임직원들의 출근시간 역시 7시로 앞당겨지기도 했다.
명품·영화관 없는 백화점 전략
복합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성디큐브시티는 무엇보다 차별화에 주안점을 뒀다.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가 ‘명품 없는 백화점’ 전략. 대성산업 관계자는 “이미 반경 10㎞ 내에 대형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 차원에서 고안해낸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대성디큐브시티에 국내 최초로 ‘ZARA’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동시에 입점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불어 사치품은 아니지만 이미 세계에서 검증된 세계적인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론칭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글래드뉴스’ ‘시부야109’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디큐브시티를 통해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스라엘 천연 화장품 ‘아하바’, 미국 핸드백 브랜드 ‘캐시반질랜드’ 등도 국내 최초 출시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도 백화점은 소비수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대성디큐브시티가 이런 경향을 뒤따르고 있다. 특히 국외 경험이 많은 젊은 층 입장에서는 남들과 다른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가격대나 희소성 부분에서 인근 복합쇼핑몰과는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본다. 패션 외에도 홍익대 근처에서 작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유명한 분식집을 입점시키는 등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영화관 없는 복합쇼핑몰’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신 7층부터 총 1742석 규모의 디큐브아트센터를 배치했다. 고희경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은 “공연장 무대 상부, 객석 상부 공간까지 합했을 경우 아트센터가 디큐브시티 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백화점 위 7층부터 16층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의 공간이다. 이는 백화점 매장을 몇 개 층 더 기획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전략을 썼을까. 신도림역 주변으로는 이미 복합상영관이 포화상태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대성디큐브시티 인근에 있는 테크노마트는 물론 1.5㎞ 이내에 있는 타임스퀘어에도 CGV 등 복합상영관이 있다. 더불어 디큐브시티 개념 설계자 모리빌딩(컨설팅)에서 롯폰기힐스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는 문화시설을 두면서 부지와 상업시설 가치를 높이자고 제안한 것을 김영대 회장이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SPA 브랜드를 동시에 입점시키면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손님 유인력 면에서 일단 합격점이다. 복합쇼핑몰의 수익성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곧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성디큐브시티가 자리를 잡으면 연간 4000억원대의 새로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도림역 인근이 개발되면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만큼 점차 구매력이 있는 소비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가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저렴한 브랜드들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은 오히려 경방 타임스퀘어에 손님을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여의도에 대형쇼핑몰 여의도 IFC몰이 들어온다는 점에서도 마냥 낙관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유통업계에서 대성산업이 ‘신입생’이란 점도 과제다. 브랜드를 끌어올 수 있는 힘이나 구성능력 등에서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성산업은 묵묵히 ‘내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 대성디큐브시티 사업 규모
디큐브시티
·규모 : 연면적 35만247㎡(10만6000평)
·개발주체 : 대성산업(기획, 시행, 시공, 운영 담당)
·특징 : 상업·문화·오피스·숙박·주거·의료·금융·공원 시설이 합쳐진 복합문화공간
·입점시설 : 디큐브백화점, 디큐브아트센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컨벤션센터, 스파, 전문식당가, 뽀로로파크, 아파트 등
·공사 : 2007년 10월 착공~2011년 8월 완공
·투자비 : 1조4000억원
디큐브아트센터
·규모 : 연면적 2만182㎡(6105평)
·시설현황 : 디큐브씨어터(1242석), 스페이스신도림(500석)
·투자비 : 670억원
디큐브아트센터 개관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문화공간
디큐브아트센터(D-cube Arts Center)는 1242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과 5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등 2개의 전문 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는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문화공간이다. 연면적이 2만182㎡(약 6000평)에 이른다. 디큐브시티 7층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1, 2호선 신도림역과 직접 연결돼 있어 편리한 교통을 자랑한다.
디큐브아트센터는 공연장 설계는 물론 무대기술, 건축음향, 공연기획 등 각 분야 국내외 유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5년여에 걸쳐 완성한 최신 공연장인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시설을 자랑한다.
1242석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 디큐브씨어터의 경우 무대 앞 선에서 객석 끝까지의 거리가 최대 28m를 넘지 않도록 설계돼 객석 2층에서도 마치 코앞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500석 규모 중극장 스페이스신도림은 최신 시스템으로 무대의 형태와 높이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수납식·이동식 객석 시스템을 통해 객석의 배치도 자유자재로 변경 가능하다. 개관작으로는 뮤지컬 ‘맘마미아!’가 선정됐으며 내년 2월까지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 3월부터는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비롯,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 등 뮤지컬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수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