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영대가 전체 2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뼛속부터 ‘영업맨 정신’ 후배 CEO들에게 귀감
◆한국의 경영대가 30人◆
“CEO가 사실 얼마나 바빠요.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중에서 학습을 최우선으로 두고 열심히 배우고 또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CEO는 드물어요.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라고 생각합니다.(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공부하는 CEO’ 윤석금 회장(65)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영대가 2위에 변함없이 이름을 올린 비결이다. 윤 회장은 매경이코노미가 경영대가 부문 순위를 매긴 첫해(2008년) 4위(CEO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전체 2위로 순위가 두 계단 올랐다. 다만 지난해에는 손욱 전 농심 회장이 전체 1위를 차지해 CEO 부문 1위 자리를 내줬었다. 올해엔 전체 2위, CEO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더 값진 평가를 얻었다.
윤 회장이 다른 명사들과 달리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언행일치에 그 비결이 있다. 윤 회장은 본인이 배운 것을 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다시 후배 CEO들은 물론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고독한 1인자’가 아닌 ‘나눔의 경영 전도사’ 이미지로 자연스레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잘 살게 된 배경에는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기업인들이 받아야 할 교육은 좀 달라요. 학자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현장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지론은 웅진그룹의 태양광산업 진출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 6월 30일 상장하는 웅진에너지가 대표적인 결과물. 웅진에너지는 영업이익률이 40%를 웃도는 알짜배기 계열사로 윤 회장은 학습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더불어 살아온 이력 자체가 매력적이다. 우선 월급쟁이에서 오너로 변신한 그의 일대기에는 후배 경영인들의 귀감이 될 만한 사연이 많다. 실제로 그는 이번 경영대가 평가에서 경영인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다.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브리태니커사전을 팔았던 사업 초창기 시절, 문전박대 속에서도 ‘설득’의 힘을 체득했던 사연들이 다른 CEO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게다가 윤 회장의 사업 초창기 영업 노하우는 이후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월급쟁이가 창업하려고 나서지 않는 시대예요. 벤처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위험하다는 게 골자인데요. 사업에 위험성이 낮은 건 없어요. 잘 되는 사업은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고, 안 되는 사업은 이익이 얼마 안 나서 또 위험한 게 사실이에요. 태양광사업을 시작할 때 폴리실리콘시장이 1kg당 450달러였지만 2년 만에 10분의 1 가격이 됐어요. 6개월 전만 해도 폴리실리콘시장이 죽는다고 했지만 다시 3개월 전부터는 물량이 없어서 난리지요.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 정신을 묵묵히 실천하는 것이 후배 경영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화두를 들고 웅진의 제2도약을 준비한다. 첫 번째는 환경경영. 이미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연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여기에 덧붙여 그룹 차원에서 2005년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900억원어치의 부품을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그 밖에도 윤 회장의 고향인 충남 공주의 유구천 살리기, 캄보디아의 우물 파기 사업 등을 통해 사회공헌활동까지 병행한다.
더불어 윤 회장은 “공기청정기·정수기 등 세계 1위에 근접한 환경가전사업 외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업부문, 제품 등을 더욱 확대해 ‘지속가능한 세계 1등 기업’ 등극을 목표로 더욱 사업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4호(10.07.1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