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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KAIST 교수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나는 휴가 때 책을 가져가는 대신 책을 읽기 위해 휴가를 낸다. 지난해 가을엔 5일간 휴가를 내 일본 도쿄에 있는 지인의 집에 머물며 독서 휴가를 보냈다. 도쿄 시내의 야에스(八重洲)·기노쿠니아 같은 서점을 돌면서 50~60권의 책을 섭렵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서점들은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해 안락한 의자를 마련해주는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다. 내 독서습관은 참 기이하다. 몇 권의 책을 정독하기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닥치는 대로 무작위로 읽어대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저자와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독서 휴가를 끝낼 때쯤이면 앞이 훤해지는 느낌을 갖는다. 당시에도 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엔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이라는 G2시대의 개막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오는 8월 말엔 미국으로 독서 휴가를 갈 계획이다. 30년 후 세계 금융의 질서가 어떤 모양으로 펼쳐질지 예측해보기 위해 새로 나온 책들을 섭렵할 참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IT가 전공인 때문인지 몇 권의 관련 서적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선 『Googled-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란 책이다. 정보를 검색하는 걸 구글링(Googling)한다고 말할 정도로 구글은 보통명사화됐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조직하여 누구나 접속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글의 목표가 이제 달성돼 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 켄 올레타는 기술회사로 시작해서 소프트웨어·기술·인터넷·광고·미디어를 모두 합한 진화된 기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구글의 성공을 설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구글이라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오픈소스라는 원래의 이상에 충실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디지털 네이티브』(돈 캡스콧 지음)란 책에 나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화된 새로운 인류,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을 자세히 분석했다. 네트워크가 고도화되고 정보가 넘쳐나면서 사람들의 시야가 분산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햅틱이론』(하라 겐야 지음)이란 책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Market 3.0』(필립 코틀러 지음)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보다 큰 미션과 비전, 가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혁명으로 시작된 이 시대의 변화는 이제 일과 삶,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시장의 모습을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삶(Hard Work)과 진하게 즐거운 삶(Hard Fun)이 공존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꿈의 사회(The Dream Society)』(로프 젠슨 지음)가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하고 싶은 책은 『인사이트 지식사전』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집단지성, 인포데믹스, 소셜 미디어 등 친근하면서도 생소한 키워드들이 모여 있다. 현대의 지식, 경영, 정치 리더들이 사용하는 키워드들의 대부분이 정보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기술발전에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들은 다방면으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새롭게 형성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